관리물가가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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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물가가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
  • 박지윤 기자
  • 승인 2018.07.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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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실제 소비자물가 1.5%, 관리물가 제외하면 2.2% 올라"
정부 복지정책 확대의 영향으로 관리물가가 낮아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둔화시켰다는 설명이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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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지윤 기자] 올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전기료와 교통비, 의료비 등 공공부문 물가인 이른바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이미 2%대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 복지정책 확대의 영향으로 관리물가가 낮아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둔화시켰다는 설명이다.

29일 한국은행의 BOK이슈노트에 실린 '우리나라의 관리물가 현황 및 거시경제적 파급영향 평가(조사국 박동준·임춘성·이응원·김미주)'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소비자물가는 1.5%였으나 관리물가(-0.8%)를 제외하면 약 2.2% 오른 것으로 추정됐다.

관리물가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을 대상으로 추정·편제된 가격지수다. 이번 분석에서 활용된 우리나라의 관리물가 대상품목은 모두 40개로 소비자물가 전체 조사대상품목(460개)의 8.7%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는 전기·수도·가스요금, 도로 통행료 등 정부가 가격에 주도적인 영향을 미치는 품목뿐만 아니라 의료·교육비, 학교 급식비, 버스·택시 요금 등 민간이 공급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 품목과 통신요금, 방송수신료, 국제항공료 등 정부의 지원은 없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품목까지 포함됐다. 다만 관리물가에 대한 국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공식 통계로 편제하는 EU(유럽연합)의 가이드라인이 활용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2016년 1.4%, 지난해 2.3%, 올 상반기 1.9%로 지난 2016년 이후로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수준인(2%)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됐다. 원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6년 1.0%, 지난해 1.9%, 올 상반기 1.4%로 2%대에 못미치고 있다. 이는 낮은 관리물가 상승률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진 / 뉴시스


관리물가 상승률은 지난 200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평균 1.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였다. 이 기간 관리물가가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 기여도는 평균 0.23%p로 추정됐다. 만약 관리물가가 나머지 물가 오름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면 소비자물가에 대한 기여도가 0.55%p가 됐어야 하는데, 이보다 0.33%p 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관리물가 상승률은 지난 2016년 -0.9%, 2017년 0.5%, 올 상반기 -0.4%로 최근 3년간 0%대 안팎에 머물며 더 둔화된 모습이다. 소비자물가에 대한 관리물가 기여도 역시 지난해 0.09%p에서 올 상반기 -0.08%p로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연구팀은 "올들어 고교 무상급식, 대학 납입금 폐지축소, 건강보험 수혜대상 확대 등으로 관련 의료비용이 하락한 영향으로 관리물가에 따른 물가하방압력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관리물가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으나 근원물가에 포함된 관리물가 품목 중 일부가 정부 정책 등으로 일시적인 변동성을 나타낼 경우 두 물가 상승률이 엇갈리며 기조적 물가 흐름을 판단하는 데에 제약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11~2012년중 무상보육·급식이 확대되고, 휴대전화 기본요금 인하 정책이 시행됐을 때 실제 근원물가는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보다 낮게 나타났다. 반대로 담뱃값이 인상된 2015년에는 근원물가가 높아졌다. 올해도 대학입학금 폐지·축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으로 두 지표 상승률간 차이가 나타났다.

사진 / 뉴시스 

최근 물가 오름세가 완만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관리물가 변동이 전체 물가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관리물가를 제외한 기조적 물가 흐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연구팀은 "관리물가가 물가 오름세를 둔화시키고, 변동성을 완화해 전반적으로 물가 안정 흐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최근 '저(低) 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낮은 관리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오름세를 둔화시키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판단하는 데에 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리품목의 가격조정이 지나치게 억제됐다가 인상압력이 누증되면 향후 급격한 가격변동으로 물가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며 "가격관리가 장기화되면 생상 측면에서도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관리물가가 경제활동과 괴리될 경우 이를 제외한 기조적 물가 흐름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관리물가 안정으로 복지증진, 사회안정성 제고, 독과점 폐해 감소 등 긍정적 효과도 크기 때문에 사회 후생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향후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W

p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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