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적립금 11조원 쌓아놓고 인하는 '찔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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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적립금 11조원 쌓아놓고 인하는 '찔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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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1.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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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지 못한 '반값등록금'.
▲[ 시사주간=사회팀]

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들마다 등록금을 둘러싼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들은 등록금 책정을 위해 등록금 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학교와 학생 사이에서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2010년 등록금 책정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등심위가 시행 4년차를 맞았지만 사실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파행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등록금 문제를 학내에서 해결하도록 만든 기구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오히려 갈등이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생 측과 학교 측의 의견이 분명하게 엇갈리며 갈등과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학생 측은 등심위의 외부인사를 포함한 학교 측과 학생 측 위원을 동수로 구성해 학생들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학교 측은 위원 과반수가 참석하면 회의가 성립된다는 규정에 따라 회의를 강행해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등록금 부담을 좀 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실질적인 혜택이 거의 없고, 정부 지원을 받아내기 위한 '생색내기' 수준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등심위 위원 구성부터 공정하지 않아…등심위 '무용지물?'

대학생들은 학교 측과 학생 측 위원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위원회를 꾸리자고 요구하고 있다.

등심위의 학생과 교직원의 비율은 같지만 1명의 외부 전문가를 총장이 추천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불공정하다는 게 학생들의 입장이다.

반면 학교 측은 '관련 규정이 없다'며 학생들의 요구를 거절해 갈등을 빚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지난 20일 열린 5차 등심위에서 학교 측이 등록금 동결을 제안하자 학생 위원들이 거부하고, 회의 도중 전원 퇴장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등심위는 학생위원들의 표결권을 모두 기권 처리한 채 학교 측 안을 그대로 통과시켜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다섯 차례 진행된 이 대학 등심위에는 각 처장 등 교직원 위원 5명, 총학생회장 등 학생 위원 5명, 외부 전문가(회계사) 1명이 참석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에 반발해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교내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이 등심위 학생 위원들을 무시한 채 등록금 책정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학생들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학교 측 위원과 학생 위원이 동수로 구성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일방적인 외부위원 선임을 철회하라'는 총학생회의 요구를 학교 측이 거부함에 따라 3차 등심위부터 학생위원 전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파행을 겪고 있다.

성희연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등록금 책정을 위해서 필요한 자료라 판단하고 학교 측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외부에 유출될 위험과 학교 운영 기밀 사항'이라며 거절했다"며 "법으로도 자료 공개가 규정돼 있지만 학교 측이 요지부동"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측은 위원 과반수가 참석하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학생 위원들이 불참해도 회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등록금을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자료도 역시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어 갈등을 겪고 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1·2차 등심위에서 학교 측이 공개한 등록금 관련 회계자료의 부실하다'며 회의를 거부하고 있다.

동국대학교 총학생회 역시 학교 측에 '등록금 인상의 근거가 되는 회계자료를 공개하라'며 등심위 회의 참석을 거부하는 등 파행을 빚기도 했다.

경희대학교의 경우 등록금책정위원회가 2차례 열린 가운데 학교 측이 3.7% 인상안을 내놓으면서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학교 측이 신입생 '인상가고지' 발송을 강행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파행이 우려된다.

지난 2010년 개정된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각 대학은 등록금을 책정하기 위해 등심위를 교직원, 학생, 외부 전문가 등으로 반드시 구성해야 하고, 학생 위원은 30%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등심위는 총장에게 등록금 책정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총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 지원금 못 받을까'…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

교육부는 올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을 3.8%로 제시하면서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 2유형과 국가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등록금을 인하·동결을 유도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국가장학금 2유형 예산은 5000억원으로 각 대학의 등록금 인하 노력에 따라 차등 배정된다"며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은 국가장학금 배정과 국가재정지원사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 소재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인하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 21일 열린 3차 등심위에서 올해 학부·대학원 등록금 0.25%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성신여대 역시 학부·대학원 등록금을 0.35% 내리기로 확정했다.

또 성균관대와 건국대는 등심위를 열고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교육시설 투자와 우수 교원 유치, 물가 상승 등 대학의 재정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불가피한 등록금 인상 요인이 많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감안해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경영상 재정 압박이 있지만 학생들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고, 경제적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했다는 게 대학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등록금 인하액이 불과 1~10만원 수준에 그쳐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현재 등심위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탈락했을 때 손해가 더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등록금을 인하거나 동결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 몇 년 동안 등록금을 인하·동결한 탓에 재정 압박이 심해 올해는 큰 폭의 등록금 인하는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대학들이 쌓아놓은 누적적립금은 11조원을 넘어섰다.

전국 사립대의 적립금 총액이 1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대학교육연구소가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통해 전국 사립대·전문대·대학원대학교·사이버대(대학·전문대학) 등 346곳의 '2012 회계연도 교비회계와 법인회계(2013년 2월28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 누적 적립금 규모는 11조6975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별 적립금을 살펴보면 이화여대의 누적 적립금이 765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6327억원), 홍익대(6276억원), 수원대(3244억원) 등의 순이었다.

고려대(2844억원), 청주대(2820억원), 동덕여대(2548억원), 덕성여대(2346억원), 계명대(2270억원), 성균관대(2248억원), 숙명여대(2052억원) 등도 2000억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었다.

사립대들이 적립금을 쌓아둔 채 장학금 지급이나 등록금 인하 등 인색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들,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하라"

과도한 등록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학 총학생회 간부들로 구성된 서울지역대학생교육대책 준비위원회(위원회)는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켜야 한다”며 대학 차원의 등록금 부담액 3조 원을 마련, 등록금 20%를 인하해 줄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동국대·한양대 등 총학생회 간부들은 ▲등록금고지서에 대학등록금 20%인하 표기 ▲정부가 나서 대학의 3조원부담 대책 수립 ▲정부가 나서 민주적 등록금심의위원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어 "대학이 등심위 위원 구성에 학생 30%를 참여시킨다고 해도 교직원, 동문 등의 인원구성에 의해 학생위원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학교 등심위에 학생 비율이 낮아 등록금을 많이 올려도 반대할 수 없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연세대 재학 중인 최모(24)씨는 "반값등록금 재원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서 선거만을 위한 공약으로 힘없는 학생들이 '희망 고문'을 당했다"며 "2014년부터 대학생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대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선거 때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춰준다고 해놓고 지금까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등록금 때문에 졸업 전부터 대출로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많고 부모님도 힘들어 하신다. 등록금을 대폭 낮춰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진훈(49)씨는 "대학들이 쌓아놓은 적립금만 풀어 등록금을 내리면 학부모들의 어깨가 그나마 가벼워질 수 있다"며 "반값등록금 실천하겠다고 장담하더니 이제와 모른 척 하는 박근혜 정부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진걸 반값등록금국민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와 대학이 모두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며 국민을 기만하고 속이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반값등록금' 을 시행하기 위해선 올해 국가가 4조원, 대학이 3조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에 비해 1조2000억원을 늘려야 하는 예산을 4000억원 늘리는 데 그쳤고,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심지어 인상까지 하는 등 '반값등록금'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위원장은 "등록금 결정에 중요한 자료들은 규정에 따라 모두 공개해야 마땅하고, 등심위의 외부 전문가 1인을 총장이 임명하는 규정은 개선해 학교 측과 학생 측이 동등한 입장에서 등록금 심의를 할 수 있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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