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기록 조작 은폐 "분당 차병원은 빙산의 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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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기록 조작 은폐 "분당 차병원은 빙산의 일각"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4.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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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의 사고사를 3년간 은폐해 논란을 일으킨 분당 차병원.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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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2016년 8월 분당 차병원. 이 곳에서 한 산모가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수술에 참여했던 한 의사가 아이를 받아 옮기려다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아이를 놓쳤다. 아이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고 이후 소아청소년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6시간 후 숨을 거뒀다.
 
하지만 병원 측은 아이를 떨어뜨린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사망했다고 표기했다. 원래대로라면 외부 충격으로 사망했기에 '외인사'라고 기록해야함에도 병원은 사고를 숨긴 채 '병사'로 기록했다. 병사로 기록하면 부검을 할 수 없다. 부모는 병원 측의 말만 믿고 부검 없이 아이를 화장하는 데 동의했다.
 
바로 이 사건이 최근에 드러났다. 지난해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한 첩보를 받고 수사를 진행했고 병원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병원은 아이가 떨어진 직후에 찍은 뇌 초음파 사진에 두개골 골절 및 출혈 흔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를 고지하지 않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위독했다'고만 부모에게 전했고 신생아를 떨어뜨린 사실을 의료진들이 알고 있었지만 모두 은폐했다. 여기에 의료기록 일부가 지워진 상태라는 것도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사고를 병사로 처리한 의사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분당 차병원은 "상황을 인지하고도 보고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부원장을 직위해제 조치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은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 엄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신생아의 사인이 낙상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어떻게 3년간 은폐가 가능했을까?' 이 사건을 바라본 이들의 가장 큰 궁금증일 것이다. 병원에서 얼마든지 진료 기록을 감추거나 조작하는 일이 가능하고 이를 환자나 보호자가 알 수 없는 상황. 진료 기록 관리의 허술함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14년, 9살 소녀 예강이는 심한 코피로 응급실을 찾았지만 4시간이 지나서야 수혈을 받았고 결국 도착 7시간 만에 숨졌다. 예강이의 부모는 진료기록을 요구했지만 병원은 '발급이 되지 않는다'며 거절했고 하루가 지나 받은 진료기록에는 맥박 수치와 적혈구 수혈 시간 등이 모두 다르게 기록 되어 있었다. 의무기록지가 조작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병원이 진료 기록의 원본과 수정본까지 의무적으로 보존하고 진료 기록을 고칠 경우 원본을 공개해 환자들이 기록지의 수정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는 '예강이법'이 만들어졌지만 법 제정 후에도 여전히 병원이 환자 의무기록의 전권을 가지고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과 은폐가 가능하고 이를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자의무기록지의 경우 어떤 이유로도 삭제할 수 없도록, 삭제하더라도 원본을 보존하도록 해야하는데 그걸 만든 사람이 로그인을 하지 않고도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들고 원본도 지울 수 있도록 만든다면 사실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분당 차병원 사건은 사실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당사자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감시해야하는 책임이 있는 병원장에게 강한 페널티를 주고 해당 병원에 경제적인 피해를 줘야한다"고 밝혔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는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병원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정 사무처장은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는 '동료평가'가 우리나라에는 전혀 없다보니 진료 방법에 대한 논의와 안전 관리가 허술하고 내부 감시도 하기가 어렵다. 또 병원이 공공재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오너 중심의 수직적 구조로 운영된다. 진료 기록을 조작하고 은폐한다는 것은 당장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누군가가 바꾸라는 부탁이나 지시를 했다는 것인데 그것을 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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