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미흡' 일산화탄소 경보기 "기준 개정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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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미흡' 일산화탄소 경보기 "기준 개정 먼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4.1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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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판매되는 일산화탄소 경보기의 3개 중 1개가 '성능 미흡'으로 드러났다. 사진 / YT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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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시중에 유통 중인 일산화탄소 경보기 3개 중 1개가 성능이 미흡하고 국내 기준 적합 제품도 EU의 저농도 일산화탄소 경보기준에 부적합하다는 것이 한국소비자원의 조사로 밝혀졌다. 
 
지난해 12월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이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강릉의 한 펜션에 투숙했다가 가스보일러의 일산화탄소 누출로 3명이 숨진 사고를 계기로 숙박시설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됐고 경보기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250ppm(1차 경보 농도)에서 5분 이내, 550ppm(2차 경보 농도)에서는 1분 이내에 경보가 울려야하며 오경보를 방지하기 위해 50ppm(부작동 농도)에서 5분 이내에는 작동하지 않아야하고, 경보 음량은 70dB 이상을 유지해야한다.
 
문제는 이 기준이 교류 전원형(전기 콘센트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식)에만 적용될 뿐 시중 유통 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전지 전원형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대상 경보기 14개 제품 중에서 교류 전원형은 1개에 불과했다. 결국 시중에 판매되는 경보기의 대부분이 기준과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조사대상 14개 중 4개 제품은 국내 경보농도시험 준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2개 제품은 1차 또는 2차 경보농도에서도 작동하지 않았고, 2개 제품은 경보농도시험 전 항목에서 정상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되면 안 되는 농도에서 작동됐다.
 
또 조사대상 중 3개 제품은 경보 음량이 52dB~67dB 수준으로 국내 준용 기준(70dB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전체로 보면 14개 제품 중 5개 제품의 성능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기준'으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조사 대상 중 90% 이상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국내 경보농도시험 기준에 적합한 제품들도 유럽연합기준으로 하면 역시 '성능 미흡'인 것이다.
 
또 14개 제품 중 설치 위치 등을 안내하고 있는 제품은 3개, 제품사용설명서 등을 제공하고 있는 제품은 7개에 불과해 안전한 사용을 위한 정보 제공 역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에 판매되는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소비자가 구매해 직접 설치하는 제품으로 바닥이나 창문, 환풍기 부근 등 부적절한 장소에 설치할 경우 경보가 울리지 않거나 지연될 우려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저농도의 일산화탄소도 장시간 흡입할 경우 혈액 내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의 농도가 증가해 일산화탄소 중독(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유럽연합과 미국은 일산화탄소 경보기의 최저 경보농도 기준을 각각 50ppm, 70ppm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50ppm으로 저농도에 장시간 노출되어 발생되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예방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유럽연합에서는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소비자에게 적절한 설치 및 사용 정보를 제공해 안전사고를 사전 예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주택구조에 맞는 설치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 임정균 안전감시국 제품안전팀 대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일산화탄소 기준은 1999년에 제정된 이후 20년간 한번도 개정된 적이 없어 저농도 일산화탄소의 심각성이 반영되지 않았다. 기준을 개정해서 그에 맞추는 것이 우선 과제이기에 소방청에 기준 개정 및 강화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임정균 대리는 "경보기 업체 대부분이 영세 기업이고 90%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국내 제조사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수입에 의존한다"는 말도 전했다. 
 
이에 소방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LPG, LNG 등 가스누설을 막는 것에 치중해 있었고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수요가 없었기에 개정이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은 일본 기준에 맞춘 것이고 어느 정도 농도가 되면 빠르게 경보를 울려서 알려야하는데 목적을 두었기에 유럽연합과 약간 목적이 틀린 점이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현재 개정를 위해 부서에서 협의를 하고 있으며 제조업체들과 논의해 기술 개발로 성능 향상 및 기준 준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경보농도 기준 강화, 건전지형 경보기 기준 마련 등 현재 실정에 맞는 내용으로 바꾸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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