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사는 게 정말 힘들다” 남한 가족에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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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주민 “사는 게 정말 힘들다” 남한 가족에 SOS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3.06.0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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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직접 전화 걸어와 “돈 좀 보내달라”
강냉이밥이라도 떨구지않고 살면 잘사는 집
쌀·기름 구하기 어려워...입에 풀칠하면 다행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 온 탈북민들에게 "돈좀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전화가 최근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양강도 혜산시의 땅집들. 사진=시사주간 DB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 온 탈북민들에게 "돈좀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전화가 최근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양강도 혜산시의 땅집들.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최근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가 더욱 극심해지면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9일 함경북도가 고향인 서울 거주 탈북민 이혜선(가명) 씨를 인용해 “북한에 있는 부모나 형제가 걸어온 전화를 받는 탈북민이 늘어나고 있는데 하나같이 생활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4일 밤 4년 만에 북에 계시는 어머니와 동생을 전화로 만났다”며 “어머니가 요 몇 년간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2015년 한국에 입국한 이 씨는 “지금까지 내가 어머니나 동생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어머니가 먼저 브로커를 찾아갔다”며 “겁이 많은 어머니가 동생까지 데리고 브로커를 찾아간 것은 처음인데 오죽 살기 힘들었으면 그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전화 통화를 길게 하진 못했지만 어려운 고향 형편을 파악하는 데 충분했다“면서 “(어머니) 숨을 쉬니 살아있구나 하고 느낄 뿐이라며 여기(북한)는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또 “내가 보내는 돈으로 기름(식용유)이라도 떨구지 말고 사서 드시라고 했더니 어머니가 꿈같은 소리를 한다며 기름을 먹어본 지 까마득하다고 했다”면서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동네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산다며 ‘사는 게 기(가)차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그러면서 “오랜만에 어머니와 동생의 목소리를 들어 기쁘기도 했지만, 그동안 어머니와 가족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양강도가 고향인 인천 거주 탈북민 정철민(가명) 씨는 “지금 북한 주민들이 겪는 생활고가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이라며 “나도 북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주에 고향에 있는 형(님)과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형은 요즘 사는 게 정말 힘들다며 돈을 좀 보내줄 수 없냐고 조심스레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2010년 한국에 정착한 정 씨는 이어 “며칠 전에는 브로커를 통해 외삼촌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며 “외삼촌도 생활이 너무 어려우니 조금만 도와달라고 하기에 많지 않지만 돈을 보내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삼촌과 형의 말에 의하면 “코로나 이전까지 괜찮게 살던 사람들도 하루하루 넘기기 어려워한다”며 “요즘은 강냉이밥이라도 떨구지 않고 먹는 집은 정말 잘사는 집”이라고 언급했다.

정 씨는 “주민들에게 돈도 없지만 설사 돈이 있어도 시장에서 쌀, 기름 같은 것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며 “절대다수의 주민들은 고기나 기름 같은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입에 풀칠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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