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北 주민들, 굶어 죽거나 처형 두려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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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北 주민들, 굶어 죽거나 처형 두려워했다”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3.06.1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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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 주민 3명 비밀리 인터뷰 진행
300만명 아사한 ‘고난의 행군’ 직전 상태
“우리는 꼼짝없이 죽기만 기다리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1990년대 300만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 직전 상황이라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사진=시사주간  DB
북한 주민들은 1990년대 300만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 직전 상황이라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이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국경을 폐쇄한 이후 극심한 식량난으로 주민들이 굶어 죽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영국 BBC는 14일(현지시간) 북한 내부 주민 3명의 비밀 인터뷰를 통해 “주민들은 국경 폐쇄 이후 굶어 죽거나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처형당할 것을 두려워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2020년 1월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국경을 폐쇄했고, 이에 중국 곡물 수입이 중단됐으며 경작에 필요한 비료나 기계 역시 공급이 멈췄다.

국경 경비대원들에게는 국경을 지나는 사람들은 누구든 사살하라는 취지의 명령이 내려졌고, 식량 등 밀수도 거의 불가능해졌다.

식량 공급이 줄어들자 주민들은 “끔찍한 비극이 전개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평양에 살고 있는 여성 A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 가족이 집에서 굶어 죽었다”며 “물을 가져다주기 위해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고 했다.

북·중 접경 지대에서 건설 일을 하고 있는 남성 B씨도 식량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벌써 마을에서 5명이 굶어 죽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코로나 때문에 죽을까봐 두려웠지만, 이후 죽을 정도의 굶주림을 걱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북쪽지방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는 C씨는 “장마당에 있는 제품의 4분의 3이 중국에서 왔지만 지금은 비어 있다”고 했다. 국경 지대 밀수가 불가능해지자 수입이 사실상 사라졌고, 가족들은 먹을 것이 없어지면서 배고픔에 이웃집에 음식을 구걸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일부는 굶주림에 시달리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A씨는 생계가 불가능해져서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산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이 1990년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당시 극심한 식량난을 겪어 300만명이 아사했다. 최근 북한의 모습은 ‘고난의 행군’ 직전의 모습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정권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B씨는 친구의 아들에게서 최근 여러 차례 비공개 처형을 목격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탈북을 시도하던 3~4명이 죽임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매일 사는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번 잘못했다가는 처형된다”며 “우리는 꼼짝없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북한 주민들은 코로나 이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2019년 탈북한 전직 북한 외교관은 “외국의 영향력에 대한 단속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진행됐는지 충격을 받았다”며 “김정은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남한이 얼마나 부유한지를 사람들이 알면 자신을 미워하고 봉기할까봐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BBC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농업 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한때 ‘식량 위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상황의 심각성을 암시했으나 지난해 기록적인 63발의 탄도 미사일 시험을 통해 총 5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어 북한의 연간 식량 부족분을 채우는 금액보다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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