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기술]죄와 벌 주인공을 통해 알아보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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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기술]죄와 벌 주인공을 통해 알아보는 자유
  • 시사주간
  • 승인 2016.09.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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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황영화기자]
'자유의 기술'은 자유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그 반례로서 부자유한 상태를 다양하게 예시한다.

페터 비에리가 설정한 다양한 가상의 상황들과 더불어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다.

그가 노파를 도끼로 내리친 행위를 두고 지금까지 자라온 환경에 의해 형성된 엘리트주의적인 성격, 돈에 쪼들려 궁지에 내몰리게 된 당시의 상황 때문에 '달리 어찌할 수 없었다'라고 항변하는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책임을 묻는 과정은 그 자체로 그가 가진 자유를 추적해가는 과정이 된다.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그 행위를 결정할 자유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와 다르지 않다. 바꿀 수 없는 지난날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고 현실적으로 맞닥뜨리는 제약이 다양한데, 과연 진정으로 자유로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자유의 기술'은 그런 맥락에서 '어쩔 수 없다'라고 변명하는 우리 내면의 라스콜리니코프와 함께 그에게 남겨진 자유, 우리가 갖고 있는 자유를 탐사한다.

베일리는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돌바크 남작의 이 저술을 서두에 두고 논의를 개진해나간다. 우리가 살아온 역사가 지금의 우리를 결정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 또한 단일한 것으로 고정되어 있다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여유 공간'이라는 개념을 내세운다. 경우의 수가 적을지언정, 충분히 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이 있다는 것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노파가 집에 혼자 있다는 때에 찾아갔지만 도끼를 휘두르는 대신 집으로 돌아간다거나 안부를 묻는 등 다른 행동을 택할 수 있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의지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가 의지의 주체임을 잊지 않고서 상황에 대해 숙고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자유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삶을 꾸려나가는 도구로서 결정을 할 때 우리는 숙고를 해야만 하고, 이때 '내적 간격'과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베일리는 강조한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다양한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방법론은 전작 '자기 결정'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

이를 훈련이라도 시키듯 베일리는 4장에서 다양한 부자유의 사례들을 제시한다. 뛰어난 소설가이기도 한 베일리의 역량이 한껏 녹아 있는 다양한 예화들을 탐독하다 보면 등장인물들에 감정이입되어 부자유의 상황을 더욱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 은행나무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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