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입양 절차 까다로워지면서 국내 입양 절반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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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입양 절차 까다로워지면서 국내 입양 절반 줄어.
  • 시사주간
  • 승인 2014.05.1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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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입양 아동 숫자 반토막.
▲ [시사주간=사회팀]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국내 입양 건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법 개정은 아동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취지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통한 입양을 어렵게 하고 아동 유기 건수를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외 입양 규모는 모두 922명이었다. 이 중 국내 입양이 686명, 국외 입양이 236명이다. 2012년 전체 입양 규모(1880명)와 국내 입양 규모(1125명)에 비교하면 1년 사이에 모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수치다.

국내 입양 규모가 줄어든 원인으로는 요보호아동(입양이 의뢰되는 아이)과 입양을 희망하는 양부모 숫자가 모두 감소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복지부는 분석했다.

◇요보호아동 1년 새 40% 감소…출생신고 의무화 영향

요보호아동은 최근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줄었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09년 9028명이었던 요보호아동은 2010년 8590명, 2011년 7483명, 2012년 6926명으로 줄다가 지난해 6020명까지 감소했다.

요보호아동 감소 원인으로는 미혼모(부)가 양육을 포기하는 아동 숫자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미혼모(부)가 양육을 포기한 아동 숫자는 2009년(3070명)부터 지속적으로 줄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5년 전의 절반(1534명) 수준이 됐다.

이는 빈곤·실직·학대로 인해 양육을 포기한 숫자(5년 새 20% 감소)나 사망·질병·이혼으로 인한 요보호아동 발생 숫자(5년 새 31% 감소)보다 확연히 많이 줄어든 수치다.

전문가는 2012년 8월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출생신고가 의무화된 점을 미혼모(부)로 인한 요보호아동이 줄어든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다.

입양특례법은 아동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취지로 개정됐으며 ▲입양 숙려제 ▲출생신고 의무화 ▲가정법원 입양허가제 ▲입양 부모 자격기준 강화 ▲국내입양 우선 추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선진화된 제도이긴 하지만 국내 문화를 고려할 때 미혼모(부)가 자신의 호적에 아이 출생 신고를 하고 입양 보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양되는 아이 중 90% 이상이 미혼모(부) 아동인데, 출생신고 의무화로 아이들이 베이비박스에 버려지거나 정규 입양 절차를 걸치지 않고 인터넷 등을 통해 입양된다는 것이다.

4년 연속 유기 아동 숫자가 늘어난 것도 이 점을 뒷받침한다. 요보호아동 중 유기 아동 숫자는 2010년 191명에서 2011년 218명, 2012년 235명, 지난해 285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는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소되는 아동 숫자가 줄었다"며 "미혼모(부)들이 아이를 맡기고 싶어도 출생신고를 해야 돼 꺼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기 호적에 올리게 되면 취업과 결혼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부담을 느끼게 된다"며 "기관에 입양 아동으로 맡기는 아이 숫자가 감소한 만큼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등 유기 아동이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입양 절차 까다로워져…국내 입양에 6개월여 소요

입양특례법을 개정하면서 입양 절차도 강화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아동 학대 등 범죄나 약물 중독 경력이 있는 사람을 양부모에서 배제하는 등 입양 요건을 강화했다. 가정법원 허가제를 도입해 예비양부모가 직접 법원에서 허가를 받아야 입양할 수 있게 했다.

가정법원 허가제 이후 예비양부모는 서류를 법원에 접수하고 판결도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입양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입양하는 데 국내의 경우 6개월이 소요되는 등 입양 대기 기간이 더 길어졌다.

입양특례법은 입양된 아동이 나중에라도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양부모 자격을 사전에 엄격하게 관리함으로써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를 갖는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입양기관 관계자도 입양 요건이 엄격해진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다소 성급하게 도입됐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한다. 법은 잘 만들어졌지만 우리 사회에 적용하기에는 준비가 덜 됐다는 얘기다.

대한사회복지회는 가정법원 허가제가 입양 대상 아이가 드물고 입양 가정이 많은 선진국과 같은 상황에 적합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는 입양하려는 부모가 적어서 갑자기 입양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질 경우 오히려 예비입양부모의 심리적 부담만 늘린다는 얘기다.

이현희 대한사회복지회 입양부 차장은 "입양기관을 통한 입양 신청 숫자도 입양특례법 개정 전후로 30~40% 가까이 줄었다"며 "그만큼 입양기관을 통한 입양진행이 아닌 음성적인 입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방사회복지회 관계자는 "입양특례법은 필요한 요건을 잘 갖추고 있지만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며 "엄격해진 규정 탓에 입양을 희망하는 부모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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