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자사 직원에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 사업계획서' 작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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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자사 직원에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 사업계획서' 작성하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8.1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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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노조 공정위에 '부당지원' 신고 "자회사 업무 지시로 직원들 스트레스"
법무법인 새날 "자회사 인건비, 회사가 대신 부담한다면 부당지원으로 볼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공정가치 산출 후 용역비 청구 예정, 회사 간 정당하고 공정한 거래"
현대엘리베이터사무직노동조합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 사진=현대엘리베이터사무직노동조합
현대엘리베이터사무직노동조합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 사진=현대엘리베이터사무직노동조합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현대엘리베이터가 자사 직원들을 동원해 자회사의 영업계약서, 사업계획서 작성, 현장 영업 등 업무를 하게 한 것에 대해 노동조합이 사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가 '부당지원'을 했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동조합연맹 현대엘리베이터사무직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 현대엘리베이터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부당지원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월 설립한 자회사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의 업무(계약체결, 사업계획수립, 영업활동 등)를 자사 서비스사업부 직원 50여명에게 맡겼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는 "인원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인 지원"이라고 했지만 이 '지원'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 심지어 공정위에 신고가 됐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업무를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민욱 노조위원장은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2월에 자회사가 설립된 후 서비스사업부의 부장급 임원이 겸직을 하게 됐는데 모회사의 업무를 하면서 '자회사의 사업계획서를 짜라', '자회사의 현장 영업을 하라', '모회사의 현장을 자회사로 넘겨라' 등의 지시를 내렸다. 업무는 두 배로 늘었지만 추가 수당은 없었고 못하면 질책이 계속됐다. 직원들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심각한 상황인데 회사는 모회사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고가 된 지금도 업무 지시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의 법률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새날의 관계자는 "모회사가 직원들에게 자회사의 사업 계획이나 유지관리 계약서, 입찰 서류 작성 등의 지시를 시행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고 자회사가 별도의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있고 모회사가 직원들에게 자회사 업무지원 정의서를 내려 자회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회사가 자회사의 인건비를 대신 부담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원한다고 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지원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 자회사 업무를 계속할 경우 연장근무 등 업무 과중의 우려가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23조에는 '사업자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면서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여금, 인력, 부동산, 유가증권, 상품, 용역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등으로 지원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가 자사 인력을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 업무 지원에 활용한 것은 이 조항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것이 노동조합과 법무법인 새날의 입장이다. 위반으로 밝혀질 경우 공정위는 현대엘리베이터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는 "부정지원이라 결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며 모회사, 자회사 관계를 떠나 기업과 기업 간의 공정한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자회사 지원에 대해서는 이미 외부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을 통해 공정가치 산출을 진행하고 있다. 정당한 용역비를 청구하려면 산출 기준이 있어야하고 공정성을 구하기 위해 외부에 이를 맡겼다. 산출 결과가 나오면 용역비를 자회사에 청구할 것이다. 부당지원은 정당한 댓가를 받지 않는 경우에 성립되지만 우리의 경우 용역비가 나오기 때문에 부당지원이라 결론낼 근거가 없다. 자회사의 상황에 따라 1년 단위로 하거나 나중에 정산으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당지원이라고 비판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또 "자회사의 업무가 모회사의 업무와 연결이 되어 있기에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며 이를 근무 시간안에 처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업무가 과중해졌다거나 직원들이 야간 근무, 초과 근무를 했다는 것은 직원들의 주관이고 객관적으로 증명된 부분은 아니다. 회사와 회사의 계약이 있고 필요한 용역비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공정거래법 위반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사례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결론나지 않을 경우 상당수의 기업들이 모회사의 직원들에게 자회사의 업무를 맡기며 업무를 가중시키는 사례가 비일비재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앞으로 기업들이 자신들이 지분을 100% 가진 자회사를 설립해 모회사 직원들에게 업무를 맡기는 일이 지속되어도 이를 '정당한 거래'라고 주장한다면 기업의 '노동 갑질'이 정당화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새날 측은 "'자회사 업무도 소속 회사의 업무의 일환'이라는 생각으로 지시를 하게 될 경우 근로계약상 다른 업무를 해야하는 사무직 직원들의 과중근무나 연장근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전하면서 "회사가 소속 임원들로 하여금 자회사의 사장 등을 겸임하도록 하고 그 급여를 대신 지급했다면 이 역시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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