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논란에 수능 출제 방식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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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 논란에 수능 출제 방식도 바뀌나
  • 박지윤 기자
  • 승인 2023.06.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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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공정수능 위해 출제기법 고도화 등 지원"
시민단체 "교사 늘리자" vs. 출제위원 "이미 충분"
출제오류 대신 '공정성' 초점 맞춰 정비할 가능성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 첫 모의고사인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3월 23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 첫 모의고사인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3월 23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시사주간=박지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지시'에 따라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절차를 다시금 손보게 될 지도 관심이다. 

그간 출제오류 재발 방지 차원에서 4번에 걸쳐 출제 제도를 손봤지만 교육과정 범위를 벗어난 '킬러문항'을 걸러내기 위한 절차가 추가될 지도 주목된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앞서 19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수능의)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고 출제진이 노력하도록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교육부 수장으로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수능에서 출제를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하라는 윤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취지다.

지금껏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 제도가 대폭 손질된 것은 2005년, 2015년, 2017년, 2022년 총 4차례로 모두 1년 전 수능에서 벌어진 출제오류가 원인이다.

문항과 정답에 대한 오류를 검증하고 그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고 이 과정에서 출제와 이의심사 기간이 소폭 늘어나기도 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식적으로 밝힌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해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 제도 개선 방안' 시안에 따르면, 2022학년도 수능은 인쇄 기간을 포함해 시험 전 총 36일이 걸렸다.

2022학년도 시험 출제위원단은 영역별 출제를 기획한 '기획위원' 46명, 문항을 출제하는 '출제위원' 234명 등 총 280명에 달했다. 출제위원은 대학 교수가 55%, 고교 교사가 45% 비율로 수를 맞춰 구성됐다. 

문제가 제대로 출제됐는지 살피는 검토위원단은 205명이었으며, 이 중 실제로 문제를 살폈던 검토위원 149명은 모두 고교 교사로 위촉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출제위원들은 모처의 장소에 감금돼 삼엄한 보안 속에 문항을 만들고, 자신이 만든 문항의 수능 시험이 모두 끝나야 감금에서 풀려난다.

먼저 출제 준비와 계획을 수립한 뒤 출제위원단이 문항 초안을 제작하고, 이를 검토위원단에 제출한다. 

검토위원들은 '지침'을 어긴 게 없는 지 살피고 수정을 요구한다. 이런 과정을 1차례 더 거친 뒤 문항점검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문제가 완성됐다. 

이렇게 출제된 2022학년도 시험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 현재는 출제 기간이 38일로 이틀 늘어났고, 원인이 고난도 문항에 있다고 보고 검토 단계가 늘었다. 

검토위원단 중 국·영·수 5명, 사회·과학 과목군별 5~6명 등 전문성을 갖춘 위원으로 '고난도 문항 검토단'을 구성하고 문항을 한 번 더 살피게 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그간 출제위원 중 현직 교사 비율 확대를 요구해 왔다.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은 수능 문제'는 당연한 일이었는데 그간 킬러문항이 출제돼 왔다며, 고교 교사들의 비중을 높이고 출제 기간을 늘리는 한편 선행학습 규제 대상에도 포함시키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출제위원 경력이 있는 인사들은 지금도 충분히 교육과정 검증 절차가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 수능 출제위원장을 맡았던 대학 교수 A씨는 "교사 검토위원이 어떤 수능 문제를 죽이고 싶으면 '학교에서 이런 거 안 배웁니다' 한 마디만 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검토위원이) 굉장히 발언권이 세다"며 "지금 이미 교과과정을 넘어서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면서 변별력도 확보하고, 이런 상반된 요구에 맞추느라고 곡예를 해 왔던 게 수능 시험"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카르텔' 등의 표현을 써 가며 강한 어조로 교육과정 밖 수능 킬러문제를 배제하겠다고 공언한 이상 출제진이 이를 무시할 수도 없다고 한다.

출제위원은 경력과 직군에 상관 없이 출제에 앞서 평가원의 '출제 지침'을 공부한다. 지침은 그 해 3월 나온 수능 시행기본계획을 골자로 짜여지지만, 난이도나 정부의 정책 기조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출제위원은 처음 평가원에서 낸 가이드라인을 공부하는데, 그 가이드라인에는 이번 시험에서 '정부가 어떤 점을 중요시한다'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 있다"며 "이번에는 아주 어려운(킬러) 문항을 없애고 조금 쉽지만 상당히 어려운(준킬러) 문항을 숫자는 늘려서 변별력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출제위원에게 '킬러문항을 내지 말라'는 지침은 이미 지난 정부부터 이어져 왔을 가능성이 높다.

만유인력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어야 시간 내 풀 수 있었다는 지적을 받아 킬러문항의 대명사로 불리는 2019학년도 수능 국어 31번 논란 이후, 평가원은 2020학년도 수능부터 '초고난도 문항 지양 기조'를 유지해 왔다. SW

p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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