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입소'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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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입소'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선택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3.12.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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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진=뉴시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요즘 선수들은 새벽 운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게 현실이다. 강제로 할 수도 없다. 이게 심화되면 선수 인권 이야기가 나온다. 환경이 바뀌었다. 옛 방식으로는 안 된다".

지난 10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종합 3위가 확정될 무렵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대회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입촌하기 전에 모두 해병대 극기훈련을 받게 하겠다"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이기흥 회장의 자격을 거론하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그의 말은 사실이 됐다. 황선우, 우상혁, 안산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18일부터 20일까지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열리는 해병대 캠프에 입소한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도쿄올림픽의 부진을 만회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고,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정신력 강화 차원의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파리올림픽에서 획득 가능한 금메달 수는 5개 정도, 20위권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메달이  전부는 아니지만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성적 향상'을 이유로 과거의 훈련 방식을 고스란히 들여온 셈이다.

그는 해병대 캠프를 앞두고 '원 팀 코리아(ONE TEAM KOREA)'를 강조했으며 자신도 같이 입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단 전체가 정신 무장을 하자는 의미다. 정신력 강화 차원에서 준비했다"면서 '정신력 강화'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해병대 캠프 입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문화연대와 스포츠인권연구소, 체육시민연대는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해병대 집단 강제 입소 중단과 함께 이기흥 회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해병대 극기훈련은 극한의 신체적 한계를 맛보게 하면서 악으로 깡으로 버텨 끝내 적을 무찌르는 정신을 강조한다. 그런데 자기 종목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해병대 DNA를 주입하겠다니? 국가대표 선수들만큼 극한의 신체적인 한계를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이들이 있을까? 이미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 이겨내는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에게 실미도식 죽기살기식 강제훈련을 강요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심지어 대한체육회는 공문을 통해 선수뿐 아니라 협회 임원진 2명 이상을 포함하도록 종용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에 반발할 단체장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체육계에 오래 묵은 상명하복의 문화 탓"이라면서 "불행히도 철 지난 인습을 공고히 하는 이런 실효성 없는 이벤트가 회장의 말 한마디에 실행되고 있는 것이 대한체육회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간 국제대회에서 이전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이전처럼 '금메달 지상주의'가 아니라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격려하고 메달을 따지 못한 것에 대해 아무도 책망하지 않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정신력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결국 과거의 인습을 선택한 이기흥 회장의 선택이 미칠 파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끝으로 공동성명의 마지막 문장을 소개하려한다. "국가대표 정신력 훈련은 선수들과 지도자, 스포츠과학자에게 맡기고 대한체육회는 지원이나 잘해라".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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