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과 2024년의 사이, '얼굴없는 천사'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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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과 2024년의 사이, '얼굴없는 천사'를 생각하다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4.01.0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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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전주시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가 보낸 성금. (사진=뉴시스)
2023년 12월 27일 전주시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가 보낸 성금.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2023년이 마무리되어가는 지난 27일 오전,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가 걸려왔다. "교회 간판 아래에 놓았다. 어려운 가정을 위해 써 달라". 신원 미상의 전화를 받은 주무관은 '천사가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교회 출입문 근처에서 종이상자를 찾았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돈다발들과 빨간 돼지저금통, 그리고 "올 한해도 고생많으셨다.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쪽지가 있었다.

전주 노송동의 '얼굴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58만 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은 이후 24년간 지속됐다. 지난해에도 대학 등록금이 없어 꿈을 접어야하는 학생들과 소년 소녀 가장에게 전해달라며 7600여만원을 몰래 기부했고 올해 기부액도 8006만 3980원에 달했다. 그리고 24년간 누적 기부액은 9억 6479만 7670원이라고 한다.

지난 21일에는 서울 성북구의 '얼굴없는 기부천사'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지난 2021년 "제가 추위를 많이 타서 다른 이웃들도 따뜻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며 3000만원을 기부한 후 1년에 1~2회씩 3000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지난 7월에도 호우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3000만원, 이번에도 3000만원을 몰래 기부했다.

큰 돈을 낸 '얼굴없는 천사'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기초수급자임에도, 자신도 어려운 환경임에도 어려운 이들을 위해 보태달라며 기부를 한 이들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 유아들이 자기들의 용돈을 모아 성금을 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이들이 한결같이 전한 이야기다.

2023년의 마지막, 그리고 2024년의 시작이 어우러지는 이 시기, '이슈피플'은 얼굴없는 천사들, 그리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몰래 기부를 실천하는 이들을 조명하려 했다. 지난 1년간 '이슈피플'은 국내외 뉴스의 중심이 된 인물들을 이야기했고 그들이 앞으로 국내에,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지금 이 세상을 움직이는 이들이 과연 뉴스에 나오는 인물들만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뉴스를 주도하는 이들은 그들이지만 세상을 지탱시키는 이들은 결국 이름없는, 오늘도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대중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갈수록 각박해진다는 한숨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함을 전하는 이들이 있고 그 따뜻함이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새해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이슈피플'은 다시 한 번 이들이 전하는 따뜻함을 알리며 2023년을 정리하고 2024년을 맞이한다. 앞으로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기회가 계속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리를 마치려한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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