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인격살인'에 입장 밝힌다" 목소리 내기 시작한 문화예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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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인격살인'에 입장 밝힌다" 목소리 내기 시작한 문화예술인들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4.01.1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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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나선 문화예술인들. 사진=문화예술인 연대회의
기자회견에 나선 문화예술인들. 사진=문화예술인 연대회의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지난 12월 27일 한 명의 배우가 너무나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정식 입건된 때로부터 2개월여의 기간 동안, 그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되었다. 지난 2개월여 동안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해 입장을 밝힌다".

지난 12일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 배우 김의성 등 문화예술인들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2월 27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故 이선균 배우가 지난 2개월간 겪었던 상황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은 '인격 살인'으로 규정했다.

그려먼서 이들은 경찰이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했는지 조사해달라고 했고, 언론을 향해서는 고인 관련 보도가 공익적 목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자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와 국회에는 문화예술인 인권 보호를 위한 법령 개정에 착수해 이른바 '이선균 방지법'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주목받은 이유는 단지 유명 감독과 배우가 성명서를 발표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인들 스스로가 '진상 규명'과 언론의 선정적 보도 등에 스스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성명서에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배우 송강호 등이 동참했으며 배우 한효주, 가수 이승환 등은 SNS를 통해 이 내용들을 공유했다.

이들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에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 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하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면서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이들은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하며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은색 옷, 굳은 표정으로 성명서를 낭독하던 이들은 중간중간 목이 메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슬픔은 특정인의 죽음에 대한 애도를 넘어 연예인, 문화종사자라는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적인 내용들이 무분별하게 보도되고 알려지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마침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문화예술인들의 요구가 이루어질지, 그리고 이들이 바라는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을 지 주목해야하는 부분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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