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데바 의대간 공유 논란
상태바
카데바 의대간 공유 논란
  • 박지윤 기자
  • 승인 2024.03.22 11:52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박지윤 기자] 정부가 연구 목적을 위해 기증된 해부용 시신(카데바)을 의대 간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신을 기증한 고인이나 유가족의 숭고한 뜻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의대 간 카데바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에도 카데바 부족 사태가 이어지면 수입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 21일 브리핑을 열고 "우리나라에서 1년에 기증되는 카데바는 총 1200구 정도인데 실제 의대에서 활용되는 카데바 수는 800구 정도”라면서 “400구 정도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제도상의 문제"라면서 "기증자가 특정 기관을 지정해 그 기관에만 활용하도록 하다보니 다른 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로가 막혀 있어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교육·연구 목적의 해부에 필요한 시체의 수급은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시체 해부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해당 법은 시체 해부 자격, 유가족의 승낙, 연구를 위한 해부, 시체의 관리, 인수자가 없는 시체의 제공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차관의 발언을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개 해부에 사용되는 시신 기증은 고인이 의학 발전을 위해 생전 기증 의사를 밝히면 기증을 원하는 의료기관을 지정하고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이뤄진다. 이후 시신을 인계받은 의대생, 전공의 임상 교수 등의 연구와 교육에 쓰여진다.

서울의 A 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무연고 시신을 제외한 시신 기증은 보통 본인이나 가족이 의학 발전을 위해 치료 받은 특정 병원이나 돌봐준 의사에게 감사를 전하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가 있느냐"면서 "시신 기증을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발언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회적 공감대 형성 없이 카데바를 공유하기 위한 제도 손질에 나설 경우 시신 기증이 위축돼 오히려 카데바 수급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의 B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해부 실습을 시작할 때 위령탑에서 기증자를 위한 묵념을 하며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실습을 마치면 유가족을 모셔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면서 "최소한 유족과 논의라도 하고 예를 갖춰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절차가 전혀 없이 (카데바를) 공유한다니, 귀한 기증자 분들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의대에서 필수과정으로 인체 해부를 채택할 정도로 해부는 몸의 구조를 공부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하지만 카데바 뿐 아니라 실습을 이끌 해부학 교수도 크게 부족해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배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지역 거점 국립대인 충북대 의대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51명을 더 배정받았다. 현행 49명에서 200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난다. 충북대 의대 A 교수는 "교수를 단시간 내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 수가 4배로 늘면 4번에 걸쳐 수업을 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은 수술실에 들어가 서 있을 공간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이런 상황에서 수술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SW

pjy@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