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슨 무어신가?"
상태바
"이거슨 무어신가?"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4.03.29 08:13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 커뮤니케이션학 박사스스로 본인을 일컬어 ‘이 시대의 최고의 서정시인’이라 하는 류 아무개 시인이 있습니다.
그의 글은 단문이고 잔부스러기 같은 게 없어서 ‘이 시대의 최고의 유머작가’인 저 김작가도 즐겨찾아 읽습니다.


그의 장난스러운 글에는 발음 나는 대로 또는 그 반대로 쓰는 것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이를테면 ‘최고’를 ‘쵝오’라고 쓰는 것 등등요.

뭐 SNS나 깨톡같은 메신저 대화에서는 그렇다 쳐도 자칫 이런 우리글 표기가 표준 맞춤법과 다르면 막 한글을 읽히기 시작하는 젊은 아해들이 혼란을 겪지 않을까 싶어 걱정입니다. “뭐, 다른 사람도 그렇게 쓰니까”하면서 그대로 따라 하는 아해들도 있을 것이고, 좀 분별력이 있는 ‘제대로 된 아이들’은 고민을 할 겁니다. “도대체 교과서와 다른 글을 쓰는 것은 뭘까? 우리 한글을 욕보이는 것이 아닐까?”하고요.

“마마 잃은 중천공”이 있습니다.

뭘까 궁금하시죠?
말썽꾸러기 중천이가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 말씀 따라 냇가에 묻어드린 뒤 비만 오면 개골개골 울어댄 뭐 그런 이야기...? 아닙니다.
“남아일언 중천금”이 발음이 비틀어져서 그리된 것입니다.

“눈을 부랄이다”, 아니 “눈을 불알이다” 이거 참! “낭심 곧, 불알을 부라리다”라고 해야 맞는 말 아닐까요? 이건 “눈을 부라리다”가 잘못 쓰인 것입니다.
사또가 외칩니다. “죄인은 오랄을 받아라!!” 입으로 지은 죄가 ‘오랄’일까요? 아닙니다. 이건 두 팔을 몸에 묶는 밧줄 ‘오라를’이 연음으로 ‘오랄을’로 바뀐 것입니다.

“거북맘이 들어서...” 무슨 마음일까? 거북이 엄마가 토끼를 이긴 거북이를 칭찬하는 걸까? 아닙니다.
아, 글쎄 “거부감”을 “거북맘”으로 잘못 쓴 것이라니까요!

 아가씨들은 바구니를 들고 뒷산으로 앞산으로 나물을 캐러 갔지요.

봄입니다.
예전에 아가씨들은 바구니를 들고 뒷산으로 앞산으로 나물을 캐러 갔지요. 그 ‘나물’이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물할 때가 없다.”인데요, 나물을 한다...? 나물을 캘만한 시기가 따로 없다는 것인지, 아님 “명절 음식에 나물이 대수이건만 나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일까요? 비슷하게 소리 나는 대로 썼다가 뜻마저 엄청나게 변해 버린 이 말은 “나무랄 데가 없다” 즉, 뭐 잘못을 지적할 만한 요소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칭찬의 말이 엉뚱하게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골이 따분해” 뭐, 뇌가 심심하면 할 일을 못 찾아 빈둥거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젊은 아이들 중엔 그런 뜻으로 쓰는 게 아니고 예전에 듣고 들어서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고리타분해”를 이렇게 쓴 것이랍니다. 참, 기가 막히지 않나요?


“나에게는 바람물질이다” 이 말도 바로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바람이라 하면 뭔가 세가 솟는 것,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 등인데요, 그 바람 뒤에 ‘물질’을 잘 붙이지 않으니 그냥 “바람물질”하면 언뜻 알 수 없습니다. “발암물질”을 괴이하게 쓴 것이니, 함부로 써선 안 될 말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절여온다”

마음은 배추가 아니니 절일 수 없지만, 글쎄요, 소금 뿌리듯 아프면 “마음이 저려오지” 않고, “절여올 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곧 이 꽃이 만발할 것입니다. “벗꽂”말입니다. 그런데 “벅꽃(buck)놀이”라고 쓰는 경우도 있고, 친구와 함께 본다는 의미인지 “벚꽃”이라 쓰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사생활 치매”, 이거 곤란합니다. 치매에 걸린 사생활을 공개해버린다면 말이 안 될 것입니다. “사생활 침해”를 잘못 쓴 것입니다.
“꼬꼬치 고추섰다” 이것도 참, 발음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인데, 이걸 이대로 쓴다면 참 민망할 것입니다. “꼿꼿이 곧추섰다” 이를테면 “놀라서 머리카락이 꼿꼿이 곧추섰다”와 같이 써야 합니다.

“김예 김치” 무슨 말일까요? “네 성씨가 어떻게 되느냐?”고 선생님이 묻자 중학생 아이가 대답한말이랍니다. “김해 김씨”를 비슷하게 듣긴 들었나 봅니다. 저 김(金)작가도 “김예 김치”가 아닌 “김해 김가”입니다.  


“유교전쟁”이라...? 무슨 전쟁일까요? 6.25를 ‘유교’라 하는지 모르겠는데, ‘육교’라 쓰지 않아 천만 다행입니다. ‘머리가 잘릴지언정 머리카락이 잘려서 안 된다’는 유교주의의 극렬저항을 말한 것입니다. 그걸 ‘전쟁’이라 표현하니 헷갈린 것입니다.

“삶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세상 떠난 분의 영혼을 위로한다는 말인데, “삶과 고인의 명복을빕니다.”라고 했으니, 뒤늦게나마 살았을 때의 복락을 함께 빈다는 뜻일까요? 그러나 명복(冥福)은 산 사람에게는 절대 써서 안될 말입니다.

웃음이 절로 나오는 말인데요, 이걸 그대로 둬선 안 됩니다. 우리 국어공부에 굉장한 혼란이 올 수 밖에 없고요, 언어라는 것이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쓰면 표준어로 인정해 주는 경향이 있는데, 이걸 기존의 말과 함께 복수 표준어로 인정해 주면 큰일 납니다.

“너무”라는 부사가 부정적인 것에만 쓰이다가 심지어 아나운서들마저 굉장한, 무척, 엄청나게 대신 쓰는 걸 보고 “그래. 긍정적인 것에도 쓰라!”라고 했는데요, ‘너무 좋다’, ‘너무 맛있다’는 인정한다. 칩시다.
“너무 합니다!”는 어떻게 할 겁니까?!
이거 좋은 말 아니잖아요!
    
이 말들 다소 헷갈릴 것입니다.

“명예회손입니까? 명외훼손입니까?”

공연히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인격을 저하시키는 행위를 말한다면 둘 다 틀립니다.


명예훼손(名譽毁損/ Defamation)으로 써야 맞습니다.

물론 명애훼손, 명회회손, 명웨훼손, 명외훼손, 명예홰손 등도 다 틀리죠.

실제 발음 시 모음 ‘ㅚ’와 ‘ㅙ’, ‘ㅞ’의 발음이 점차 그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말 이중모음이 다소 발음이 힘들어도 철자는 정확히 써야겠죠. SW

erobian2007@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