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폭력이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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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폭력이 진화한다
  • 김기현 기자
  • 승인 2016.09.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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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확대로 허위사실 유포와 재생산 빨라져
사이버권리침해는 물론 실제적 범죄로도 연결되는 사이버폭력은 인터넷 명예훼손, 인터넷 모욕. 초상권 침해, 사이버스토킹 및 성폭력 등이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김기현 기자]
  #지난해 국민대에 이어 최근 고려대, 서울대 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여성 동기를 성희롱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이들은 여학생을 성적대상으로 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몰래카메라 사진을 공유하다 적발됐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이버 폭력은 점점 더 다양하고 지능화된 형태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PC온라인과 모바일 기기 등 매체 발달, 카카오톡·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률 증가는 폭력의 양상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히 확장시켰다.

사이버권리침해는 물론 실제적 범죄로도 연결되는 사이버폭력은 인터넷 명예훼손, 인터넷 모욕. 초상권 침해, 사이버스토킹 및 성폭력 등이 있다.

일부 대학에서 벌어진 '카카오톡 성폭력' 사건은 진화하는 사이버범죄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단체 채팅의 특성상 주류 분위기와 반대되는 입장을 내비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제동 없는 사이버 폭력을 낳고 있다.

인격살인을 넘어 피해자에게 회복불능의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는 상황도 흔치않게 나타나고 있기도하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이용자들은 블로그나 이메일에는 기록이 남는다는 인식으로 책임감을 느끼지만 카카오톡에서는 상대방과 즉각적인 감정 표현이 이뤄지기 때문에 메시지의 휘발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기록이 남긴 해도 다시 대화 내용을 뒤져본다거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다른 SNS보다 약하다"고 설명했다.

사이버공간의 확장성도 사이버범죄의 특징이다. 온라인에서는 상대방 인격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수정하는 일이 자유롭게 이뤄진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등 소셜 기능을 강조하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피해 확산 속도는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사이버공간에서는 한번 정보가 유통되면 그 정보가 어디로 퍼져나갔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워 삭제 요구 등의 대응을 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사이버폭력 사례가 늘고, 허위사실 유포 사건도 증가하는 추세다. 무심코 누른 '공유버튼'이 애꿎은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이다.

익명성도 사이버폭력의 주요 원인이다. 사이버공간은 가해자들이 자신을 노출하지 않고 폭력을 끼칠 수 있다는 익명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에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고 대처도 쉽지 않다. 익명성에 기대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위장해 피해를 확산하는 사례는 더욱 잦아지고 있다.

사이버폭력의 익명성 문제는 최근 인기 연예인 박유천의 성폭행 사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당시 피해 여성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사진 속 여성은 이번 사건과 아무 상관이 없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해당 여성은 경찰서에 사진 유포자를 처벌해달라고 신고했다. 범인은 증권사 직원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사이버폭력의 확장성과 익명성을 악용한 범죄는 더욱 증가하는 양상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 침해신고 유형별 분석'에 따르면 '타인 정보의 훼손·침해·도용'의 경우 2010년 3만8414건, 2011년 3만2652건, 2012년 1만2915건, 2013년 3만5284건, 2014년 5만7705건으로 꾸준히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올바른 사이버 이용 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보급률과 모바일 이용률 확대도 좋지만 이를 교양있게 사용하는 사이버 윤리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경민 의원은 "방통위의 '2008년 이후 개인정보 유출 현황' 자료를 보니 국민 1인당 3번꼴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국가와 기업의 태만한 대응으로 인해 불법과 탈법이 여전히 횡행하고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예방부터 사후 조치까지 짜임새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W

kk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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