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넘나드는 열받은 한반도 '열돔'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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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넘나드는 열받은 한반도 '열돔'에 갇혔다
  • 엄태수 기자
  • 승인 2018.07.2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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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상층부 제트기류 극지방 찬공기 남하 막고 있기 때문
낮 기온은 역대 최고인 40도를 넘어설 기세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17년 이후 가장 더웠던 날은 1942년 8월1일이다. 대구의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기록했다. 사진 / 시사주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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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엄태수 기자] 기록적인 폭염으로 한반도가 열병을 앓고 있다. 최강폭염의 기세가 꺾이지 않자 이제는 얼마나 더 뜨거워질지, 폭염의 고통속에 얼마나 더 지내야할지 관심사가 됐다.  

올여름 지구촌은 '열돔'에 갇혀 있다. 지구 상층부 제트기류가 극지방의 찬공기가 남하하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뜨거운 기온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폭염과의 전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더 독해진 폭염에 주목받는 대상도 있다. 바로 '태풍'이다. 보통 태풍하면 반갑게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여름이 시작되면 매번 들려오는 태풍소식은 시민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강풍과 폭우로 인한 인명·재산피해에 대한 우려 탓이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살인적인 폭염에는 오히려 태풍이 효자노릇을 할 수 있다.

25일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기상청에 따르면 열대성 저기압중에서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17m이상의 폭풍우를 동반하는 것을 태풍이라고 한다. 태풍이 접근하면 폭풍과 호우로 인해 수목이 꺾이고 건물이 무너지고 전신전화의 두절과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하천의 범람, 항내의 소형선박들을 육상으로 밀어 올리는 등 막대한 힘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태풍은 우리에게 썩 좋은 기억은 없다. 엄청난 위력을 갖고 상륙해 큰 재해를 일으킨 경우도 있었다. 1959년 태풍 '사라'와 2002년 태풍 '루사'가 대표적이다. 1959년 한반도를 덮친 '사라'는 정부수립 이후 최다 인명피해를 낸 태풍이었다. 2002년의 '루사'는 최대의 재산피해를 가져온 태풍으로 알려져 있다.

'사라'는 1959년 9월17일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에 한반도에 상륙했다. 엄청난 바람과 비를 뿌려 당시 기상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태풍으로 기록됐다. '사라'로 인해 사망·실종 849명, 부상자 2533명, 이재민 37만3459명이 발생했다. 선박 파손은 1만1704척에 달했다. 재산피해는 1900억원 상당으로 추산됐다.

'루사'는 2002년 8월30일부터 9월1일까지 한반도를 강타했다. 강원·충청지역에 하루 최고 1000㎜라는 기록적인 비를 뿌리며 막대한 재산피해를 냈다. 집중호우로 하천이 범람하고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도시 저지대의 대규모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강한 바람에 수확직전의 과일들이 떨어져 과수농가의 피해도 컸다. 해변에서는 방파제와 수산양식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총 재산피해가 5조1479억원으로 역대 태풍 중 가장 컸다. 사망 209명, 실종 27명, 부상 75명 등 인명피해도 적지 않았다. 이재민 6만3085명(2만1318세대), 주택침수 2만7562동, 농경지 유실은 1만7749헥타아르(ha)였다.

그러나 연일 역대급 폭염에 갇힌 한반도에는 태풍 소식이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다. 태풍은 우리 삶에 많은 피해도 입히지만 늘 해로운 것은 아니다. 태풍은 중요한 수자원의 공급원으로써 물 부족 현상을 해소시켜 주고 무더위를 식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폭염하면 떠오르는 시기는 바로 1994년 여름이다. 최강폭염의 원조격이다. 더위가 심했던 1994년의 경우 태풍이 안 왔다면 낮 최고기온이 40도까지 기록될 수도 있었다는 전망도 있었다. 태풍이 그 불상사 같은 전망을 막아줬다.

그해 7월초부터 폭염이 시작돼 정작 가장 더워야 할 8월초부터 중순까지는 태풍 3개의 직·간접 영향을 받아 더위가 한풀 꺾였다. 한마디로 '효자 태풍'인 셈이다.

폭염을 누그러뜨려줬으면 하는 '효자 태풍'의 모습은 올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한반도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어 폭염에 날개를 달아줬다. 제10호 태풍 '암필'(AMPIL)은 한반도에는 비 한방울 뿌리지 못했고 습도만 잔뜩 올려 가습기 역할만 채 소멸했다. 제11호 태풍 '우쿵'(WUKONG)'이 발생했지만 이 역시 국내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5일 오전 3시께 괌 북서쪽 약 1110㎞ 해상에서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발생했지만 한반도에 비구름을 몰고 올지는 현재까지 미지수다.

문제는 폭염은 길어지지만 태풍과 비소식은 당분간 없다는 점이다. 비가 내리더라도 양이 적어 폭염이 해소되기 어렵다. '효자 태풍' 없이 지금 상태로 7월을 보낼 경우 무더위는 8월 중순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7월말부터는 데워진 바닷물로부터 에너지를 보충 받은 북태평양고기압이 더욱 강해진다. 스스로 한반도 상공에 열돔을 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비도 거의 없고 태풍도 오지 않았다.

여기에 낮 기온은 역대 최고인 40도를 넘어설 기세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17년 이후 가장 더웠던 날은 1942년 8월1일이다. 대구의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기록했다.

연일 기세를 높이던 올해 폭염은 새로운 기록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40도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24일 경북 영천시 신령면의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었다. 이날 오후 3시30분께 경북 영천시 신령의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40.3도의 기온이 측정됐다. 다만 AWS는 주목적이 측정이 아닌 방재에 있다. AWS상의 기온은 참고용일 뿐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같은날 경북 의성의 낮 기온이 39.6도까지 치솟았다. 이날 전국 최고 기온이자 올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것이다. 8월초 기온이 정점을 찍는다고 봤을때 40도를 돌파하는 곳이 조만간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상업계 관계자는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최소한 8월 초에서 중순까지는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3개월 기상전망을 통해 8월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평년보다 더 덥고 강수량도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온 상승 경향 유지, 대기 하층의 수증기와 열 축적, 안정한 기단 내에서 비가 내리기 어려운 조건이 지속될 것"이라며 "고온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W

ets@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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