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패스트트랙' 정면 비판, 검찰 자존심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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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패스트트랙' 정면 비판, 검찰 자존심 세우기?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5.0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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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오후 외부로 나가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오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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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방안 등을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법안 논의의 변수로 떠올랐다. 
 
사법공조 체결을 위해 해외 순방 중이던 문무일 총장은 지난 1일 대검찰청에 보낸 입장 자료를 통해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해야한다. 하지만 지금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면서 패스트트랙에 정면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또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런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 총장이 비판한 것은 지난달 2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조정안은 경찰에게 1차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주고, 검찰은 기소권과 특정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권, 경찰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등 사법통제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형식상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사건에 대한 1차 결론을 낼 수 있게 되고,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사건을 송치하지 않아도 되며 경찰과 검찰이 같은 범죄 사실을 동시에 다루게 된 경우에도 먼저 영장을 신청했다면 경찰 주도로 수사를 할 수 있다. 
 
반면 검찰은 불송치 사건의 경우 60일간 법적 검토를 할 수 있고, 경찰 수사에 법령 위반,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 등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정조치나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저녁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검찰 의견도 수용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반영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2일 경찰청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검찰이 언제든지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라는 반박 입장을 내놓으면서 검경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찰청은 "현재 수사권 조정안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전제하고 있다. 검사는 영장청구를 통해 언제든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기에 '경찰 수사권 비대화'는 사실이 아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으면 사건 관계인에게 이를 통보하고,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신청하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게 된다. 경찰 임의대로 수사를 종결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대해 사법정의국민연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간 견제 장치 없이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은 시민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소소한 사건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어느 정도 큰 사건은 검찰이 거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 경찰에게 방대한 수사권을 쥐어준다면 시민이 견제하기도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찰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동안 검찰이 해왔던 일이 있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개혁을 위해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한다. 경찰의 권한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공수처 설치에 비하면 세부적인 내용 논의가 부족해 보인다. 조정의 방향은 국민의 인권 보호, 범죄로부터의 보호지 검찰이 더 갖느냐 경찰이 더 갖느냐가 아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충분한 논의로 수정할 것은 수정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문무일 총장은 예정됐던 에콰도르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오는 4일 조기 귀국하기로 했다. 문 총장은 지난 1일까지 오만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고, 이후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해 각국 검찰총장을 만나고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중이었다. 
 
문 총장이 조기 귀국을 결정하면서 그의 귀국 후 행보에 대한 여러 예측이 나오고 있다. 문 총장은 오는 7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법무법인 천일의 노영희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찰총장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고 검찰의 반발이 전혀 일리없는 것은 아니다.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 입장에서는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다. 통제 권한이 남아있고 1차 수사종결에도 민원인이 이의를 신청하면 검찰로 넘어간다고 하니 걱정말라고 하지만 그건 민원인이 이의를 신청할 때 이야기고 1차 수사가 엉터리가 되면 손을 쓸 수가 없다. 아마도 검찰 입장에서는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을 '딜'하려 할 것 같은데 지금 균형이 맞지 않으니 당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영희 변호사는 "문 총장이 조기귀국을 한다는데 귀국 후 행동이 더 궁금하다. 두 달밖에 임기가 남지 않았기에 '자신을 불사르고' 나가는 게 좋겠지만 이후에 어떻게 먹고 살 지도 고민일 것이다. 세게 나갈지, 타협을 할 지 변수가 있을 것이다. 검찰 내 지지를 유지하면서 얻는 것이 있어야하는데 정권이 불쾌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느 정도 수위를 맞출 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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