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선수 60일째 억류···“中 인질외교 볼모 가능성”
상태바
손준호 선수 60일째 억류···“中 인질외교 볼모 가능성”
  • 양승진 논설위원
  • 승인 2023.07.10 09:41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 12일 체포, 6월 17일 구속 수사로 전환
피고인 출신 국가-중국 외교관계 영향받아 
중국 이익위해 사용했던 또 다른 협박방식
한국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 선수. 사진=
한국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 선수. 사진=KFA

[시사주간=양승진 논설위원] “손준호 선수는 중국 인질 외교의 볼모가 될 수 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 선수가 지난 5월 12일 중국 공안에 체포된 뒤 60일째 억류돼 있는 가운데 국제법 전문인 해리스브리큰 로펌의 댄 해리스 변호사는 “중국이 손 선수의 구체적 혐의에 대해 통보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 중국 당국 구체 혐의 설명 안 해

중국 프로축구팀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한국 국가대표 손준호 선수는 한국 귀국길에 상하이 홍차오공항에서 지난 5월 12일 공안에 연행됐다. 같은 팀의 하오웨이 전 감독과 선수 등 여러 명이 ‘승부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도중 손 선수가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손 선수가 체포된 지 닷새 만에 정례브리핑을 통해 “최근 한국 국민 한 명을 랴오닝성 공안 기관이 ‘비공무원 뇌물수수’ 혐의로 법에 따라 형사 구류했다”고만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손준호 선수 역시 승부 조작 사건 가담 여부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도 더 이상 손 선수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은 손 선수를 구류 상태에서 조사하던 중 최장 37일인 형사 구류 기간이 만료되자 지난달 17일 구속 수사로 전환했다. 손 선수는 10일로 구금된 지 60일째다.

축구 국가대표팀 6월 명단에 오른 손준호 선수. 사진=KFA

◇ 외교부, 구체적 사항 파악에 한계

해리스 변호사는 “국제 인권법이 인정하는 기본권 중 하나는 체포 사유와 그 혐의에 관한 통보를 받을 권리”라며 “이런 권리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9조에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국제규약을 중국 같은 나라에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전 중국 축구협회장과 국가대표팀 선수 10명 등이 뇌물을 받고 승부 조작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6~10년 형을 선고받아 손 선수의 경우 중국 인질 외교의 볼모가 될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변호사는 “중국의 형법이나 선고 등이 피고인의 출신 국가와 중국의 외교 관계 영향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한국이 반도체 칩 등에서 중국과 대결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점을 고려하면 이는 손 선수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선 변호사와 당사자 외에 제3자에게 일체 언급을 하지 못하도록 해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며 “영사 면담을 여러 차례 진행했고 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이를 통해 손준호 선수에 대한 사건을 파악한 결과 (중국의) 어떠한 인권 침해 행위는 없었던 걸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로 주목을 받았던 손준호 선수. 사진=웨이보

◇ 손 선수 사건 중국 현실 보여주는 것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중국이 구체적인 혐의를 공개하지 않은 채 손 선수를 장기 구금하는 데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킹 전 특사는 “손 선수 사건은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 개인에 대한 보호를 제공할 법적 장치가 없는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에 거주하며 일하는 외국인들도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들은 중국에서 한국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적절한 대우와 기타 다양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중국 당국은 즉시 손준호 선수가 그가 선택한 변호사와 접촉해 자신의 법적 선택 방안에 대해 사적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사법 공정성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자신이 선택한 법률 대리인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또한 “손 선수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증거와 고발인 등 자신에게 부과된 혐의의 전체 세부 사항을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둥 타이산 유니폼을 입은 손준호 선수. 사진=웨이보
산둥 타이산 유니폼을 입은 손준호 선수. 사진=웨이보

◇ 반간첩법 등 국제사회와 관계 악화될 것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손준호 선수 사건은 중국이 지난 수년 동안 외국 기업인과 학자, NGO 대표, 관광객 및 여러 사람에게 정치적인 주장을 하며 중국 정부와 당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사용했던 협박 방식의 또 다른 예”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한국이 원칙을 지키고 미국 등 다른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할수록 중국은 부정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반간첩법을 거론하며 중국이 앞으로 손 선수와 같은 사건으로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관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중국 현지까지 직원과 사내 변호사를 파견했지만 소득 없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며 난감한 입장을 보였다.

KFA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손준호 측 중국 변호사조차 우리와의 접견을 거부했다. 거부하는 이유조차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KFA가 중국축구협회(CFA)에 서면을 보냈지만 “도움을 줄 부분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축구 국가대표 6월 선수 명단에 손준호 선수가 들어 있다. 사진=KFA
축구 국가대표 6월 선수 명단에 손준호 선수가 들어 있다. 사진=KFA

◇ 대만언론 “주범 아니지만 국제적 사건 공범 취급”

손준호선수가 중국 형사재판에 넘겨질 위기에 처한 것은 ‘스포츠보다 심각한 의심을 받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만 방송 ‘산리신원타이’는 “축구를 넘어선 범죄 혐의로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에 의해 기소될 수 있음을 알아야 손준호 상황을 제대로 전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산리신원타이’는 “진흙탕을 깨끗하게 탈출하기란 정말로 어렵다. 그러나 진흙탕에 빠지거나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옷이) 더러워지기는 너무도 쉽다”며 비유했다.

그러면서 “주범은 아니지만, 불명예스러운 국제적인 사건의 공범으로 취급받고 있다”며 손준호 선수의 처지를 전했다.

손준호는 산둥에서 수비형 중앙 미드필더로 2021 중국 슈퍼리그 21경기 4득점 4도움 및 90분당 공격포인트 0.40으로 맹활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연말 시상식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MVP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손준호는 한국프로축구 시절에도 K리그1 도움왕(2017)·MVP(2020)로 빛났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본선 32개국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린 중국 슈퍼리그 2명 중 하나이기도 하다. SW

ysj@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