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니클로 테러, '감정 대응'의 역습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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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니클로 테러, '감정 대응'의 역습이 우려된다
  • 황채원 기자
  • 승인 2019.07.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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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립스틱으로 훼손된 유니클로 제품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일본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 유니클로의 제품들이 빨간 립스틱으로 훼손된 사건이 일어났다. 21일 수원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 누군가가 매장 내 진열된 옷과 양말을 고의로 훼손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온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매장에서는 이달 10일에도 흰 양말 수십켤레가 훼손됐고 이날도 또다시 같은 방법으로 훼손이 됐으며 범행이 일어난 장소가 CCTV 사각지대이기에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보하지 못해 용의자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직은 범행 의도를 판단하기 어렵고 단순 장난일 가능성도 있어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한 사건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불매운동의 주타깃이자 최근 논란 발언으로 우리 국민감정을 건드렸던 유니클로가 대상이라는 점을 보면 불매운동과 관련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유니클로는 한 일본 임원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거론하면서 "매출에 일정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에 불을 붙였고 유니클로는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고객님들께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이며, 그 노력을 묵묵히 계속하겠다는 취지였다"는 입장문을 전했다.
 
그러나 이 사과는 '반쪽짜리 사과'라는 비판을 받았고 유니클로의 매출은 더 떨어져갔다. 결국 유니클로는 또다시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을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2차 사과를 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유니클로의 사과가 진심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은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수출 규제' 카드로 오만함을 드러낸 일본을 혼내주고 있다. 일본 제품의 매출 급감과 일본 관광객 감소 등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효과 없을 것'이라고 호기를 부렸던 일본도 조금씩 불안감을 노출하기 시작하고 있다. 국민의 힘을 다시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립스틱 테러'는 아무리 상대가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고 있는' 유니클로라고 해도 정도가 심했다. 그간 보수언론들은 이번 불매운동을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하며 한일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논조를 폈었다. 이번 테러는 불매운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거봐, 역시 감정적으로 대응하잖아. 불매운동은 안 돼'라며 역습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오만한 일본에게 한국은 이제까지 '이성적으로' 대응을 했다. 일본 불매운동도 지금까지 정말 '품위있게' 갔다. 그랬기에 효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항상 위기는 잘 나갈 때 등장한다. 누군가의 감정섞인 대응이 지금까지의 '품위있는 공격'을 망가뜨릴 수 있다. 몇몇 네티즌들이 '일본 혹은 보수세력의 자작극이 아니냐?'라고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을 명확히 밝혀내야하는 가장 큰 이유다. 감정적인 대응이었는지 아니면 네티즌들의 의심대로 자작극이었는지 밝혀낼 필요가 있다. 일본 불매운동을 '성숙한 운동'으로 계속 펼쳐나가야하기에 그렇다.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있게 가자' 미셸 오바마의 말을 여기 다시 전한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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