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바둑판서 수억 원 챙긴 실력 좋은 기사(棋士) 사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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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바둑판서 수억 원 챙긴 실력 좋은 기사(棋士) 사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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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0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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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와 회당 100만~300만원 판돈 걸고 내기바둑 수차례 둬.
▲  [시사주간=사회팀]

실력을 속이고 내기바둑을 둬 수억 원을 챙겼더라도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 민병국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장 씨(73)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도박 전과가 있는 장 씨는 내기바둑을 좋아하기로 소문난 재력가 김 씨(68)에게 접근해 돈을 뜯기로 공모하고 김 씨보다 실력이 월등한 공범 백 씨(61)와 윤 씨(59)를 속칭 ‘선수’로 내세워 같은 실력인 것처럼 속여 내기바둑을 두게 했다.
 
이들은 실력을 속이고 회당 100만~300만원의 판돈을 걸고 내기바둑을 둬 2008년 4월부터 2010년 4월까지 41차례에 걸쳐 모두 2억4500만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그러나 “김 씨가 내기바둑으로 돈을 잃자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계속해서 바둑을 두자고 했고 치수(置數)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정한 적도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개인의 바둑실력은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등급화하기 어렵고 내기바둑의 치수 조정 등 도박의 조건을 설정하는 당사자 사이의 조치는 흥정의 결과이기도 한 만큼 함부로 기망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SW
 
그러면서 “이 사건 피해자는 피고인들과 수년간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바둑을 뒀는데 바둑의 속성상 오랜 기간 대국을 두면서 실력을 속였다는 것을 쉽게 믿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조직적 혹은 개별적으로 결과에 영향을 미칠만한 구체적인 기술을 사용한 흔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설령 피고인들이 내기바둑을 두기에 앞서 실력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고 내기바둑을 둬 적지 않은 이익을 얻었다고 해도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정도를 넘었다고 보고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도박에 관한 판결이 아니라 사기에 관한 판결”이라며 “피고인들이 승부욕 강하고 도박중독 증세가 있는 피해자의 성향을 이용해 내기바둑을 했더라도 이를 사기로까지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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