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시간은 가는데 해법은 안 보인다
상태바
긴급재난지원금, 시간은 가는데 해법은 안 보인다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4.21 15:30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거 전 '전 국민 지급' 통합당, '하위 70% 지급'으로 돌아서기 시작
홍남기 "해외도 차등지급, 지금 기준 되도록 국회 설득하라" 강경 모드
민주당 "100% 지급 약속 지켜야, 복지정책 아닌 경제지원정책"
'국채 발행' 문제 등에서 의견 엇갈려
본회의를 앞둔 지난 19일,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이 놓여져 있다. 사진=뉴시스
본회의를 앞둔 지난 19일,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이 놓여져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총선이 끝난 정계가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또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전 국민 지급'으로 방향을 선회했던 미래통합당이 총선 후 다시 '하위 70% 지급'으로 태도를 바꾸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기획재정부도 '하위 70% 지급'을 고수하고 있어 '4월말 심사, 5월초 지급'이 지켜질 수 있을지, 세계 최고의 방역을 자랑하면서 정작 지원은 소홀한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소득 하위 70%에 속한 국민들에게 가구당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가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즉각 지급해야한다. 대통령이 긴급 재정 명령권을 발동해 신속하게 지급해야한다"고 밝혔고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기존 예산의 20%를 조정해 10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마련하자"면서 '전 국민 지급'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에 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전 국민 지급'을 당론으로 결정했고 압승으로 총선을 마무리한 뒤 '100% 지급'을 연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총선 후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전 국민 지급'이 아닌, 정부가 제시한 '하위 70% 지급'으로 입장을 바꾸는 모습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은 21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총선에서 말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집행이 되지 않고 있는 예산을 조정해 100조원의 예산을 마련하고 이를 코로나19 사태 전용으로 사용하도록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을 통해 빨리 조치를 하라는 것이고 그 예산이 마련되면 국민 1인당 5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것인데 정부가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서 "여당에서는 예산이 부족하면 국채라도 발행하자는 것인데 상위 30%의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해 나라 빚까지 내는 것은 안 된다고 본다"라며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조경태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전날 같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는 여당의 입장에 우리 야당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여당의 입장에 힘을 실어준 바 있어 당내에서도 재난지원금에 대한 입장이 상반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국민은 재난지원금에 대해 여야 사이에 건널 수 없을 정도의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황교안 전 대표와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의 말씀이 아직도 국민들의 귀에 생생히 남아있다. 약속 이행을 기대한다"며 통합당이 '전 국민 지급'에 동참해야한다고 밝혔다.

통합당의 입장 변화와 함께 기획재정부의 '고집'도 변수가 되고 있다. 이전부터 '전 국민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미국도 개인 소득 7만5000달러 이하일 경우 지급하고, 7만5000달러~9만9000달러 사이는 일부 축소해서 지원한다. 미국은 물론이고 호주, 캐나다 등 현금성 지원을 하는 국가들도 전 국민을 지원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정부가 재정 여력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에 추경안을 설명하고 심의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 기준을 간곡히 설명하겠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재정당국이 무조건 재정을 아끼자는 것은 아니며 전례 없는 위기에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분야는 선제적으로 지원해야하지만 가능한 더 우선순위 분야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면서 "지원 필요성, 효과성, 형평성, 제약성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된 사안인 만큼 국회에서 지금 기준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설득해나가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기재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근형 전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기재부의 입장은 단지 3조 정도 차액에 해당하는 돈 문제가 아닐 것이다. 철학의 문제다. 기재부의 고집은 사실 기재부가 정치를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국회가 정해야 할 문제인데 기재부가 너무 자기 주장을 앞세우는 건 곤란하다"고 밝혔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굉장히 우수하기에 추가로 3조원 가량을 더 편성해 집행하면 긴급 사태에 대응할 여력을 없게 만든다는 분석에는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국채 발행을 하니까 안 된다'는 식의 접근은 굉장히 기계적인 접근이다. 복지정책으로 보지 말고 재난대책, 경제지원책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은 국가적 재난 상황을 맞아 시급히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즉각 집행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들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시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국회가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민주당은 야당과 기재부를 설득해 '전 국민 지급'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통합당의 태도 변화와 기재부의 강경함이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70%'와 '100%'를 두고 장단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결국 긴급 상황임에도 시간만 보내고 21대 국회로 넘어가는, 국민의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20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국민을 실망시키며 '방역에는 성공했지만 지원은 실패했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SW

hcw@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