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또 정치의 계절이 왔습니다. 원래도 말 많은 곳이 정치계(정치판) 아닙니까.
그런데 선거 중 왕선거인 대선을 앞두고는 사람은 물론 입 가진 새나 쥐까지 짹짹 찍찍거리는 것 같습니다. 설화(舌禍)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아는 정치인들이면서도 그들은 늘 입이 근지러워 참지 못하는 듯 무슨 말이건 꼭 합니다.
왜, 예전에 한 소설가 출신 정치인이 대통령이 된 정치인을 두고 ‘입을 미싱으로 박아야’한다고 했다가 크게 당하지 않았습니까. 입조심 하라고 일침 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심한 ‘입놀림’이 되고 말았던 거죠.
인간이 짓는 10가지 죄 중 9가지는 입으로 짓는다고 했습니다. 사람들 입이 언어를 아는 이상 끊임없이 혀를 움직여서 자기를 알리고 상대를 설득시켜야 하는데, 문제는 바로 그 기능이 자칫 오작동을 일으키면 어마어마한 화를 입게 된다는 겁니다.
종교에서는 늘 많은 말을 쏟아내는 것 같지만, 기도 중에는 입에서 비롯되는 잘못이 많으니 입조심을 해서 죄를 짓지 말라고 강조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먼저 불교의 경고를 좀 볼까요? 지리산 화엄사에 갔을 때 시간 비는 한 스님께 물어서 안 겁니다. 불자들이 가장 많이 독송하는, 관세음보살의 광대한 자비심을 찬양하는 ‘천수경’, 아시나요?
맨 앞에 있는 구절이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입니다. 이렇게 3회를 외우더군요.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수리수리는 무슨 마술사 주문이 아니라 입을 정화하고자 하는 거라고 합니다.
제가 성당에 나가면서 신부님께 들었던 이 이야기, ‘타우라스 산을 날아 넘는 두루미’도 아주 감명이 깊었습니다. 사도 바울의 여행 경로인 이 산맥 타우라스는 지금의 터키 남부, 키프러스 섬 북쪽에 있는 토로스산맥(Toros Mountains)을 일컫습니다. 동서로 뻗은 길이가 무려 800km나 되니 산 정도를 넘어 기나긴 산맥입니다.
이 타우라스(영어 표기)산은 독수리의 큰 서식지인데, 독수리들이 험준한 타우라스 산을 넘어가는 두루미들을 공격해 배를 채운다고 합니다. 독수리는 자기네의 먹잇감을 쉽게 찾아내는데, 두루미가 시끄럽게 울면서(웃는지도) 나는 관계로 뭐, 여기 저기 사냥정찰을 다닐 필요도 없나 봅니다.
자, 그런데 뭔가 자꾸 외쳐대다가 자기 위치가 쉽게 노출되는 두루미가 있는 반면에 경험 많고 영특한 두루미들은 거의 독수리 밥이 되지 않는다죠. 머리 좋은 두루미들은 자기 입을 다물게 할 방법으로 돌을 입에 물고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겁니다. 주둥이 잘못 놀렸다가 희생된 동료를 많이 봤던 거죠.
기독교서 타우라스 산을 입조심의 경구로 삼은 건 바울이 괜히 험준한 타우라스 산맥을 넘지 않고 우회해서 선교활동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랄까...시끄럽게 소리 내는 두루미의 속사정도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두루미가 독수리에게 ‘날 잡아 잡수라!’라고 외치는 것은 아니고 단체로 힘들게 날면서 서로에게 힘을 내라고 응원하는 추임새 같은 소리이기도 하답니다. 사소한 거 같기도 하고 쥐꼬리보다 더 짧은 말이지만 이게 문제가 되려면 산보다 더 커지고 아마존 강처럼 더 길게 변합니다.
어디 정치계뿐이겠습니까! “내가 그 말을 왜 꺼냈지...?”, “무심코 한 내 말을 대하는 그의 눈빛이 무섭게 바뀌던데...괜히 했네...” 이런 후회해봤자 이미 땅에 떨어뜨린 파전 같아서 다시 먹기가 곤란해지고 맙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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