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약어자막, 청각장애인 시청 어렵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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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약어자막, 청각장애인 시청 어렵게 할 수 있다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1.09.1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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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 극중 인물이 오열하는 장면. 사진=KBS 영상 갈무리
KBS 2TV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 극중 인물이 오열하는 장면. 사진=KBS 영상 갈무리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지난 12일 방영된 KBS2 주말 드라마<오케이 광자매>에서 눈에 띄는 자막이 올라왔다. 극중 인물 이광식(전혜빈 분)이 남편의 문제로 이모 집에서 오열하는 장면인데, 엉엉 우는 울음을 소리대로 표기하지 않고 “ㅠㅠㅠㅠㅠㅠㅠㅠ”라고 한 것이다.

이러한 자막에 대해 한 언론(HUFFPOST, 2021.9.13.)은 ‘완전 신선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기사에는 “연기 너무 리얼하다”, “우는 것도 우는 거지만 자막이 진짜 웃겼음” 등 시청자들의 반응을 올리며 긍정적인 시도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줄임말인 약어는 1980~90년대 이후 pc통신이 활성화되면서 쓰이기 시작했다. 초기의 약어는 ‘ㅋㅋ’, ‘ㅎㅎ’ 등 단어의 초성 단자음 중심의 단순한 형태였다. 시간이 지나며 특수문자를 조합하는 등 형태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 다양해졌다.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하면서 약어만이 아니라 이모티콘(emoticon) 사용도 일반화되었다. 이모티콘의 경우 발신자의 감정이나 전달하고자하는 생각을 간단한 기호로 표시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약어든 이모티콘이든 방송이나 영화 등 영상에 사용되는 경우이다. <오케이 광자매>에서 오열하는 장면의 자막에 언론이나 시청자들이 보인 반응처럼 신선할 수 있고 재미가 있을 수 있다. 영상의 분위기나 극중 인물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막에 의존해 영상물을 시청하는 청각장애인들에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약어든 이모티콘이든 대사나 음향을 감성적, 압축적으로 전달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내용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어나 이모티콘 사용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설명이 우선해야 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청인(聽人)의 입장에서 영상에 제공되는 약어나 이모티콘은 즐거움일 수 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에게는 그것만으로 내용을 다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선천적으로 청각장애가 있어 소리(의성어)에 대한 경험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는 그러한 경향이 커질 수 있다.

영상에 쓰이는 자막은 크게 ‘드러난 자막’과 ‘숨긴 자막’이 있다. 드러난 자막은 영상에 들어나는 편집된 자막(Open caption)으로 시청자가 자막을 조정할 수 없다. 숨김 자막은 주로 청각장애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자막이다. 시청자가 자막 기능을 선택해야만 볼 수 있어 Closed caption(클로즈드 캡션)이라 한다.

숨김 자막의 경우 대부분 실시간으로 제공되다보니 대사 그대로 자막처리가 된다. 자막이 빨리 지나가 독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지만 내용은 충실히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오락프로그램 등 드러난 자막의 경우 가끔 지나친 약어를 사용하거나 재미를 위해 왜곡 하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이다.

지상파방송 프로그램 대부분은 숨김 자막을 제공된다. 하지만 케이블방송 등은 그렇지 않다. 일반 영상물은 더할 나위 없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청각장애인들의 영상시청에 드러난 자막은 매우 유용한 시청도구다. 다시 말해 드러난 자막을 제작할 때 청각장애인의 시청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어나 이모티콘이 필요할 때 당연히 사용해야 하지만 그것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경우에 따라서 소리정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필요하다. 자막에 있어서 내용 전달과 재미, 두 가지를 다 충족하기 어렵겠지만 기본은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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