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그가 지켜야하는 '왕관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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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그가 지켜야하는 '왕관의 무게'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2.09.1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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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사진=AP/뉴시스)
찰스 3세. 사진=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70년간 영국을 이끌어왔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96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여왕이 서거하면서 왕위는 이제 찰스 3세(74)가 물려받게 됐다. 대영제국의 시대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영국의 권위를 유지하고 있는 왕가를 찰스 3세가 지켜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찰스 3세는 9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과거 자신의 21세 생일 때 "국민을 위한 봉사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점을 들면서 "어머니(엘리자베스 2세)는 평생 사랑과 봉사를 아낌없이 실천했다. 이제 내게 넘어온 국왕의 의무와 막중한 책임감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여러분 모두에게 평생 봉사의 약속을 새롭게 한다. 평생 봉사하겠다"고 첫 메시지를 전했다.

찰스 3세는 1948년 엘리자베스 2세와 남편 필립공의 장남으로 태어났고 1958년 9세의 나이에 영국 왕세자로 책봉된 이후 64년의 시간을 보냈다. 60여년을 '찰스 왕세자'로 불렸던 그가 찰스 3세로 왕위에 등극하면서 그가 과연 모친의 정치 스타일을 고스란히 이어 나갈지가 주목되고 있다.

그가 첫 대국민 메시지에서 '어머니의 뜻을 이어나가겠다'라고 밝혔지만 통치 스타일에 변화가 분명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는 왕세자 시절부터 환경 오염,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냈고 특히 지난 2004~2005년 지구온난화, 유전자 변형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편지와 메모를 정부 각료와 의원들에게 보낸 사실이 몇 년 뒤에 밝혀지면서 '간섭하는 왕자'라는 별명까지 얻기도 했다.

또 9일 국왕 자격으로 처음 버킹엄 궁전을 방문했을 때 찰스 3세가 느긋하게 시민들과 함께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자 AP통신은 "왕위에 오른 첫 날이 어떤 징조라면, 찰스 3세는 적어도 약간은 다른 길을 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였다"고 전했다. 또 전기작가 페니 주너는 한 언론을 통해 "드러나는 방법으로 정치에 간섭하지는 않겠지만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서는 선왕보다 더 분명하게 자기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왕실 재정 수지 개선을 위해 왕궁 개방 확대와 상업적 용도 활용을 제안하고 엘리자베스 2세가 마지막에 머물고 숨을 거두었던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을 국가에 돌려주는 방안도 생각하는 등 이전과 다른 통치를 할 가능성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찰스 3세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영국 왕실의 위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영국 내에서도 '군주제 폐지' 주장이 나오지만 엘리자베스 2세의 상징성 때문에 가려졌던 점을 생각해보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번져가는 왕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만회해야할 의무가 찰스 3세에게 주어진 것이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찰스 3세는 왕세자비였던 다이애나 비와 갈등을 빚었고 다이애나 비가 1997년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영국민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은 바 있다. 찰스 3세가 다이애나 비와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만났던 커밀라 파커 볼수와 관계를 계속 가져온 것이 그 이유였다. 영국 국민들의 반발로 커밀라는 찰스 3세와 결혼 후에도 왕세자빈 호칭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엘리자베스 2세가 자신의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성명에서 "찰스 왕세자가 왕이 되면 커밀라가 '왕비' 칭호를 받길 바란다"고 선언하면서 이 갈등은 일단락이 됐다. 여왕이 직접 입장을 밝혔기에 혼란은 바로 잦아들었지만 여왕 사후에도 이 분위기가 이어질 지는 아직 의문이 남는다. 여전히 다이애나 비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영국인들을 생각하면 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버킹엄궁에서 군주제에 반대하는 1인 시위가 열릴 정도로 군주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18~24세 이하 젊은 세대들 중 군주제에 찬성하는 이들이 30%에 불과했고 40대 이하에서는 절반에 그치는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군주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앞서 말한 찰스 3세의 스캔들과 더불어 성추문 등 스캔들과 불륜, 불안정한 물가 등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대영제국'을 거느렸고 여전히 영국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영국 왕실이지만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에서 찰스 3세가 왕위에 올랐다. 그가 그 동안 엘리자베스 2세에 의해 유지됐던 '왕관의 무게'를 지켜낼 수 있을지, 세계는 다시 영국을 주목하고 있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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