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프리미어리그 무단방영...손흥민·황희찬 경기는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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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프리미어리그 무단방영...손흥민·황희찬 경기는 제외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3.11.0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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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부터 올 10월13일까지 129회
EPL 중계료 경기당 1000만 영국 파운드
20개팀 경쟁불구 토트넘-울버튼햄 제외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아스날(Arsenal)과 본머스(Bournemouth) 경기를 중계한 화면. 사진=VOA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이 지난 1년 반 동안 영국 프로축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129회 무단 방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4일 보도했다. 

흥미로운 건 한국 선수가 뛰고 있는 2개 팀의 경기는 방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 국영방송인 조선중앙TV는 지난달 13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팀인 리버풀과 본머스의 경기를 녹화 중계했다.

금요일 오후 3시30분부터 방영된 이날 중계 화면의 좌측 상단에는 조선중앙TV의 로고가 달렸고, 오른편에는 ‘2023~2024 잉글랜드 최상급 축구련맹전 중에서’라는 문구가 붙었다.

또 조선중앙TV 로고 바로 옆에는 본머스와 리버풀의 이름이 선명하게 한글로 띄워져 있다.

세계 4대 축구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중계료가 비싸기로 유명한데 일반적으로 경기당 1000만 영국 파운드(미화 약 1238만 달러)가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이날 중계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무단 방영으로 확인됐다. 이날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프리미어리그 측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지 않았고 중계료도 지불하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관계자는 “프리미어리그와 북한은 이번 시즌 중계권(media rights) 계약을 맺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에서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갖고 있는 한국 방송사 ‘스포티비’도 북한에 대한 중계권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북한이 무단으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중계 방송한 사실을 확인했다.

VOA가 2022년 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관련 사례를 집계한 결과 북한은 129회에 걸쳐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무단 방영했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에 56회, 2023년엔 10월 13일을 기준으로 73회에 달했다.

주로 전체 경기 실황을 녹화 중계하는 방식이었지만 때때로 2개의 경기를 1개 경기 분량으로 편집하거나 득점 장면을 따로 모아 방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흥미로운 건 북한이 유독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 선수가 소속된 팀의 경기는 중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국적의 손흥민 선수가 토트넘에서 뛰고 있으며 황희찬 선수는 울버햄튼에 소속돼 있다.

하지만 하위권을 포함해 사실상 모든 팀의 경기가 최소 1번 이상 북한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됐으나 토트넘과 울버햄튼의 경기는 방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프리미어리그에선 20개 팀이 경쟁하지만 북한의 TV 화면에는 18개 팀만 등장하고 있다.

북한이 중계한 경기에 등장한 팀이 주로 1~6위에 몰려있는 점을 감안하면 토트넘의 경기가 제외된 건 의도적이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특히 토트넘 소속의 손흥민 선수는 2021~2022 시즌 동안 23골을 넣어 전체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 순위 1위를 차지했으며, 올해 시즌도 8골로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황희찬 선수 역시 6골을 넣어 이번 시즌 득점 순위 공동 4위를 기록 중이다.

비록 무단 중계지만 북한 주민들은 한국 선수들의 ‘골 잔치’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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