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복대박]자갈치난장(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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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복대박]자갈치난장(42)
  • 시사주간
  • 승인 2017.02.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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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먹다만 외처럼 누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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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려 보니 어느새 전두한이 그곳에 서 있었다.이호는 전두한의 태도를 보자 이미 마음을 굳혔다. 버텨 봐야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전두한은 별다른 말 없이 김대종이 있는 방으로 이호를 들여보냈다. 상견례만으로도 이호가 어떤 느낌을 가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이호는 김대종을 보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김대종의 얼굴은 먹다만 외처럼 누렇게 떠있었다. 입술은 말라 비틀어졌고입가의 주름은 더욱 깊어져 있었다. 김대종은 입을 꽈악 다물고 한참 침묵을 지켰다. 마침내 이호가 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듯 그의 말투엔 착잡함이 스며들어 있었다.“이번만큼은 제 말씀을 들으세요.

”김대종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며 중얼거렸다.“나쁜 놈, 나하고 얘기해 봐야 안될 게 뻔하니까 마누라를 구어삶았군.”“당신 앞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부끄럽고 당신이 이제껏 해온 일에 누가 된다는 걸 잘 알아요.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영역이 아직 모자란 탓이지요. 그러나 우선 살아나야 무엇인가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똥은 칠수록 튄다 하지 않습니까?”

김대종이 피곤한 듯 담숙한 소파 깊숙이 머리를 파묻었다. 세상일에 다라진 그였지만 힘이 든 듯했다.“나도 타인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나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소. 그러나 지금 그게 잘 안되오. 이 대책 없는 부끄러움을 어떻게 해야 좋겠소?”

“세상에 대한 깊이 있는 감정이입을 통해 집착을 버리고 심리적 속박감을 완화시켜주는 방법을 찾으세요.” “그건 내가 세상의 밑바닥을 만져본 다음에야 가능한 일일 것이오.”두 사람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한참 지난 후 김대종이 이호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알겠소. 당신 말대로 하리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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