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복대박]자갈치난장(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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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복대박]자갈치난장(43)
  • 시사주간
  • 승인 2017.03.0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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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뻐금뻐금 피우며 다리를 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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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대종은 각서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저승길이 문 밖이니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풀려나와 친척이 산다는 미국으로 떠났다가 얼마 전 다시 돌아온 것이다.

갈치시장은 여전히 소란스럽다. 큰 소리로 손님을 부르는 갈치 아지매, 흥정하는 주부, ‘짐이오 짐’ 고함 지르며 리어카를 끌고 내닫는 짐꾼, 2∼3층 높이로 쌓은 국밥을 머리에 이고도 양손을 놓고 걸어가는 밥집아줌마, 땀내가 찌든 등에 업혀 우는 아기 등 갈치시장은 사람들로 늘 북적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다생선과 함께 삶을 꾸려가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생동감이 넘친다. ‘힘들고 어려울 때면 갈치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듯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을 얻는다. 복대박은 포장마차에서 담배를 뻐금뻐금 피우며 다리를 긁고 있었다.

담배가락지가 하늘로 피어오르다픽 찌그러지며 멀리 사라진다. 슬리퍼를 신은 다리엔 모기가 문 자국이 수십군데나 된다. 복대박은 침을 손가락에 묻혀 근지러운 곳에 비벼댔으나 기별도 안갔다. 파리와 모기 극성만 덜해도 견딜만했다.

끈끈이를 이곳저곳 달아 놓고 모기향을 피웠으나 빈 공간을 노려 침입하는 놈들을 모두 다 막기란 ‘검둥개 멱감는 일’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한두 번 당하는 게 아닌 만큼 이골이 날대로 났다. 복대박이 담배를 새끼손가락 마디 하나만큼 피웠을 때 누군가가 불쑥 들어섰다.오뉴월 선생이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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