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복대박]자갈치난장(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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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복대박]자갈치난장(59)
  • 시사주간
  • 승인 2017.07.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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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마시이소.”마선장은 복대박의 목소리에 기가 죽어 말없이 술잔을 들이켜고 난 다음 담배를 피워문다. 복대박이 잔을 내밀며 퉁명스럽게 말한다.“뭇시마 한 잔 따라 보소.”

마지 못한 마선장이 담배를 입에 물고 오만상을 찌그리더니 컵에 소주를 콸콸 따른다.“그래 이 밤에 또 어데갈라 카는교?”마선장이 아무말 없이 하늘만 쳐다보자 복대박이 아이 꾸짖듯 다그친다.

“또 고데구리 깔라 카지예?”“… .”“진짜 와 이카는교? 콩밥 무바야 정신 차리겠는교?”그러자 마선장은 담뱃불을 신고 있던 긴 장화 밑바닥에 대고 비벼 끄더니 복대박을 비웃듯 바라보며 일갈한다.

“아 일마 이거 증말 덧쯩없네. 이짓 누가 하고 싶어 하나? 묵고 살 방도가 없으이끼네 그런거 아이가, 니가 묵어 살리줄끼가?” 칼칼한 목소리로 대꾸하는 대답이 아귀세었다.“당장 급하다꼬 그카마 우짜는교? 전과자되고 싶은교?”“그라마 우야란 말이고? 아이구 굽도 젓도 못하는 내 신세야!”마선장이 복장이 터진다는 듯 가슴을 주먹으로 펑펑치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복대박이 그런 식으로 윽박질렀지만 사실 그도 용빼는 재주가 있는 건 아니었다. 돈이라도 많으면 도와주고 싶지만 자신의 코가 석자였다. 복대박은 이상하게도 마선장에게 정이 갔다.

어디서 굴러 먹은 지도 모르고 근본도 모르지만 꼭 형님같이 마음이 편했다. 고데구리 배타고 조업 나갔다가 단속에 걸리면 수백만원을 고스란히 벌금으로 날리고 전과자가 된다.

고데구리 배를 타려면 별을 스무개 달아도 모자란다는 것은 상식이다.다행히 마선장은 아직 걸려든 적이 없으니 망정이니 한번 걸리면 요주의 인물이 되어 감옥소를 제 집 드나들듯 하는 건 일도 아닌 것이다.마선장이 휴∼하며 일어서더니 복대박이 다시 잡을까봐 뒤통수에 불을 달고 철썩이는 파도를 등지며 부리나케 걸어갔다. 복대박이 뒤에다 대고 소리쳤다.

 “지 말 헛디 듣지마이소.”그나마 불빛을 흘려주던 포구 주변 횟집이며 포장마차들이 하나둘 문을 닫자 선창은 점점 깊은 어둠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러자 마치 물 빠져 나간 개펄에 게들이 쏟아져 나오듯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고데구리 나갈 사람들인 것이다. 이들은 보통 10톤정도 되는 소형어선에 올라 출어를 한다. 30분이나 한시간 쯤 지나면 다대포 앞바다엔 이들 배의 행렬이 점점이 이어질 것이다.

요즘들어 근해어장이 좁아지면서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제대로 허가를 내고 하는 선단들이 구역을 딱 정해 놓고 나와바리(세력권)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고데구리 배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안팎곱사등이 신세였다.

그래서 이들에겐 짙은 안개가 끼거나 비가 제법 쏟아지는 날이 돈버는 날이었다. 해경 단속선이 뜨지 않기 때문이었다.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인게 세상살이인데 이들은 거꾸로 가는 것이었다. 마선장은 부산은 물론 진해 마산 통영 하동 등 남해 연안일대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왔다갔다 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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