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장병우 법원장 판결에서 사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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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장병우 법원장 판결에서 사퇴까지.
  • 시사주간
  • 승인 2014.04.0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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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의 '황제 노역' 파문 속 장병우(60·사법연수원 14기) 광주지방법원장이 지난달 29일 제출한 사표가 2일 대법원에서 수리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장 법원장이 더 이상 사법행정이나 법관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이를 존중해 사표를 수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 지법원장의 퇴임식은 3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다.

◇ 취임 45일만에 사표 제출

장 지법원장이 취임 45일만에 사표를 제출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2010년 1월 허 전 회장의 일당 5억 노역 항소심 판결에 대한 거센 비난 여론이 상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설상가상 자신의 옛 아파트를 대주그룹 계열사로 알려진 회사에 매각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관련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결국 사임의 의사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후배 법관과 가족 등 주변 인물들이 겪고 있는 고충 또한 그의 결심을 앞당긴 요인으로 해석된다.

장 지법원장은 지난 2010년 1월 광주고법 제1형사부 재판장을 맡았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이 선고된 허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했다.

전체적인 형량은 물론 벌금액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었다.

판결은 지난달 22일 허 전 회장의 귀국과 함께 실제 1일 5억원의 청소노역으로 이어졌다. 이는 자의적 차별이라는 형평성에 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사회적 공분으로 분출됐다.

◇ "책임 통감…법원에 애정을"

사표 제출과 함께 장 법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여러가지 보도와 관련 "한 법원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또 "과거의 확정 판결에 대해 당시의 양형 사유들에 대한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접근 없이 한 단면만이 부각되고 나아가 지역 법조계에 대한 비난으로만 확대된 점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한다"며 "색안경을 끼고 이상하게 바라보는 현 상황에서 더 이상 사법행정도, 법관의 직도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사표 제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문제가 된 아파트는 정상적 거래로 취득한 것"이라며 "구체적 확인 요청 없이 보도된 내용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지만 불찰로 인해 물의를 야기한 점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나의 불찰로 인한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이와 별개로 불철주야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정성껏 재판 업무에 임하고 있는 법관과 직원들에 대해서는 따뜻한 애정과 변함없는 성원을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지역 법조계 '침울'

동정론과 자성론의 공존 속 지역 법조계는 대체로 침울한 분위기다.

A 법조인은 "검찰이 선고유예를 요청한 것을 뿌리치고 죄를 물었음에도 마치 법원이 모든 비난을 뒤집어 쓰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다른 법조인은 "장 법원장은 매우 인간적인 판사로서 많은 후배들에게 표상이었는데 불명예스럽게 떠나게 돼 눈물이 난다. 법조계 큰 어른인데 여론의 뭇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모든 짐을 지고 가는 것 같아 죄송함도 앞선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장 지법원장이 기존 판결로 인해 여론의 압력을 받아 사퇴하면서 법관의 신분 보장과 재판의 독립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B 판사는 "법관이 과거에 내린 판결로 옷을 벗는 것은 법조 역사상 최초나 다름없을 것 같다"며 "특히 선고 당시 각계에서 탄원서와 호소문이 빗발쳐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는데 아쉬움이 짙다. 향판제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 역시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민의 사법적 눈높이에 대한 깊은 고심이 필요하다는 자기성찰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한 변호사는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 등 공익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사회 지도층이나 기업인의 부패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과 법 감정, 사법적 눈높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장 법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철저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져 볼 필요성 있다"며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본질적 문제점을 보완, 이를 법운용과 제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제24대 광주시선관위원장에 장병우 지법원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장 지법원장의 사표가 이날 수리되면서 선관위는 새로운 위원장을 위촉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시·도 선관위원장은 선관위원 사이에 호선(好選) 방식으로 선출한다. 관례적으로는 해당 지역의 지방법원장이 호선으로 선출돼 선관위원장직을 수행해 왔다.

시 선관위 관계자는 "사직원이 제출되면 관련 규정과 관례에 따라 후임 선관위원장을 선출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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