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그들은 왜 언론 인터뷰에 돈을 요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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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그들은 왜 언론 인터뷰에 돈을 요구할까!.
  • 시사주간
  • 승인 2013.11.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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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언론, 자신들 이야기에 목말라 있다는 것 안 탈북자 들은.
▲ [시사주간=사진은 본문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탈북자를 취재하는데 있어 특이한 점 하나. 대부분의 탈북자 단체들이 인터뷰 전에 돈을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외국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인터뷰 거래는 생소한 일이다.

곰곰 생각해 보면 취재원이 취재에 응할 의무는 없다. 그래서 기자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앞세우고 취재를 요청하곤 한다. '국민의 알권리'가 마구잡이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히 '국민의 알권리'는 언론의 지향이고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취재원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취재에 응하거나, 개인적이든 또 다른 공적인 이유를 들어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화', '통일', '인권' 등의 명패를 단 탈북자 단체들은 대부분 돈을 요구했다. 이런 유형의 취재원은 처음이었다. 가격도 대체로 정해져있었다. 단순 인터뷰는 5만원, 심층인터뷰는 10만원, 논문용 인터뷰는 20만원이었다.

탈북자 단체 간부는 돈을 낼 의향이 있냐는 질문과 함께 "(기자가) 원하는 인터뷰 대상자와 내용을 섭외해 주겠다"며 은밀히 거래를 제안했다. 한 종편 프로그램에 단골손님으로 출연하는 탈북자 A씨는 노골적으로 "돈을 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언제부터 탈북자들과 인터뷰를 하는데 돈이 오가게 됐을까.

탈북자 관련 업무를 하는 경찰 간부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다. 처음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정착했을 때, 이들은 남쪽 언론들이 자신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남한 언론이 자신들의 이야기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안 탈북자들은 이후 인터뷰 요청이 올 때마다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착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탈북자들과 이들의 한마디가 필요했던(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언론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생겨난 게 인터뷰 거래인 셈이다.

이처럼 돈으로 인터뷰를 산다는 개념은 일견 매우 참신한 듯 보이지만 사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거래되는 인터뷰는 언론과 취재원의 신뢰에 치명상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지불하는 쪽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나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독자 입장에서 돈을 대가로 제공한 인터뷰 내용에 얼마나 신뢰가 갈까.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 앞서 인터뷰 금액을 언급했지만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 중 거래가액이 불분명한 것 몇 가지. '3대 세습' 김정은 체제의 북한의 참상을 전하는 인터뷰는 얼마짜리일까. 이방인의 눈초리로 남한 사회의 부조리,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인터뷰라면 또 얼마나 될까.

군더더기 하나 더. 돈을 요구하는 탈북자들 틈을 헤집고 다니던 기자는 간신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돈 이라도 주고 했으면 쉬웠을 것이란 생각이 지금도 머릿속을 멤돈다.

그래도 돈을 요구하는 탈북자와 돈을 주고라도 입맛에 맞는 인터뷰를 하려는 언론의 공생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변함 없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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