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목숨까지 던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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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목숨까지 던지는가!
  • 강대오 기자
  • 승인 2017.03.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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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신념이 대를 잇는 것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가 쓰러져 응급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강대오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5일이 지났지만, 그를 추종하는 일부 노년층의 과격 언행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일반인 신분으로 전환됐던 지난 10일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집회장소는 폭언과 폭력으로 물들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헌법재판소(헌재)의 선고에 불복하며 울분과 분노를 그대로 표출했다. 이 중 상당수가 노인들이었다.

이들은 경찰버스의 창문과 문을 깨부수고 차벽 위로 올라가 욕설이 섞인 고함을 질러댔다. 취재진과 경찰에게 주먹과 돌, 태극기 봉 등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급기야 탄기국 집회 참가자 김모(72)씨, 이모(73)씨, 김모(66)씨 등은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완전히 짐을 뺐던 지난 12일부터 서울 삼성동 사저 앞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 몇 명은 스티로폼으로 만든 움막 안에서 담요를 덮고 추위를 피하며 박 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응원 중이다.

과격 행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누그러졌다. 하지만 일부 노인은 여전히 사저 앞에서 밤을 새우거나 이른 아침부터 사저 앞으로 몰려와 박 전 대통령을 지키며 '애국심'을 드러내고 있다. 기자들이나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막말을 하고, 취재 차량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땅바닥에 드러눕는 일까지 있었다.

14일 사저 앞에서 밤을 샜웠다는 60~70대 추정 여성은 "대통령 탄핵으로 우리나라가 공산화될 우려가 있다"며 "애국하는 마음에서 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부 60대 이상 노년층이 박 전 대통령에게 맹목적인 지지를 보이며 때로 극단적인 행동도 불사하는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 대한 향수가 근저에서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어려웠던 시절 함께 산업화를 이룬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동지의식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까지 투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산업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산업화 시대를 살았던 자신들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산업화 시대의 가치까지 손상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한 심리가 과격한 행동으로 분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식 한국심리과학센터 교수는 "그들이 갖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고정관념을 바꾸긴 어렵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얘기하는 '희생양' '음모의 피해자'라는 주장에 쉽게 동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 교수는 "극단적인 행동도 박근혜 전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신념으로까지 이어져 나오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노인은 박정희 시대에 조국 근대화와 경제산업 발전을 위해 온몸을 불살랐다는 미담을 통해 현재를 위로받고 있다"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건 손상된 자긍심을 되살리고 싶은 인간의 방어 기질이 발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의 양극화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시간을 투자해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의 행동 또한 하나의 애국심의 발현으로 보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견해다.

전 교수는 "결국 장시간에 거쳐 민주적인 절차와 법적인 규범에 따라 갈등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며 "세대간의 협력을 통해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이 박정희 시대를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 시절에 '쓸모 있다'는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소외되고 있는 노인들이 사회적 문제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포용함으로써 존중받고 있고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SW

kdo@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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