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없는 강남역 사건 추모 가능할까
상태바
혐오 없는 강남역 사건 추모 가능할까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5.17 17:27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6일 믿는페미, 서울YMCA 등 여성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3주기 연합예배'를 열었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추모가 3주기를 맞았다. 고인에 대한 추모만큼 성(性)에 대한 증오가 아닌 조현병으로 인한 ‘묻지마’ 살인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지가 필요해 보인다.

2016년 5월17일 강남구 서초동 노래방의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일어난 서초동 화장실 살인사건은 전 국민에게 슬픔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동시에 조현병이라는 정신질환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범죄의 심각성과 사회적 원인, 현 한국사회에 퍼져있는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상징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사건 발생 3년이 지난 가운데 17일 서울YMCA 등 여성단체는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사건 희생자에 대한 연합예배를 열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추모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정부와 시민사회에 촉구했다.

사건 당시 수사기관은 브리핑을 통해 사건을 ‘서초동 화장실 살인사건’이라 명명하고 경찰 프로파일러, 범죄학계 인사들은 범죄 동기를 조현병이라 분석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언론과 여성계, 시민사회 여론 일부에서는 사건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심하면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으로 불렀다. 이날 추모제에 대해 윤김지영 교수의 모 언론 인터뷰처럼 대부분의 언론 또한 ‘강남역 3주기’로 부리며 추모 단체가 주장하는 여성혐오를 살인사건의 원인으로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16년 5월17일 서초구 화장실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추모객들이 강남역 10번 출구에 포스트잇으로 희생자 추모와 사건 원인을 여성혐오로 규정하는 메세지를 붙였다. 사진 / 뉴시스

17일 사건 이후 대중은 사건 공론화에 힘을 모으며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자발적 추모를 가졌다. 그러나 추모 운동은 사건의 원인을 두고 극단적 페미니즘 커뮤니티와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의 싸움으로 변질됐다. ‘원인은 조현병’, ‘여성혐오다’라는 이분법으로 나뉘고 ‘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식의 증오만 재생산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논란과 싸움을 통해 대중이 드러낸 감정은 고인에 대한 추모까지 잊을 정도의 남성혐오와 극단적 페미니즘에 대한 강한 적개심이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 같은 적개심은 21세기 밀레니얼·Z세대에서 현 정부 국정평가와 정부여당 지지율을 흔들 정도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극단적 사상이 한국사회를 휩쓸고 만든 사이클은 혐오·증오의 사이클이다. 범죄와 차별, 문제의 원인을 성으로 나누고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폭력성이 공감과 슬픔, 이성적 사고까지 마비시킬 정도다.

오세라비(이영희) 작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 추모와 보도에 대해 강하게 분개했다. 작가는 이를 “여성단체들의 전략적 이용이자 총선을 앞둔 정치적 행위”이라 평하며 “여성단체의 극도의 이기주의적 발상으로 사건을 여성운동 활동의 매개체로 이용하는 것이다. 사건에 어떻게 그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나. 피해자의 죽음을 악용하지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작가는 “(여성단체는) 사건을 (페미니즘의) 상징적 사건으로 계속 활용하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가 성별을 갖고 혐오를 가져야 하는가”라면서 강남역 추모시위 충돌 당시 활동한 메갈리아, 워마드를 지적하며 “극우단체 태극기 부대와 합세한 워마드를 윤김지영 교수는 잊었나. 자신이 여성학자라면 입장을 밝혀야한다. 진정한 여성운동이라면 이러한 것이 아닌, 고령화된 빈곤층 여성을 위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역 사건이 잊혀지지 않고 고인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는 것은 분명 한국 시민사회가 이를 기억하고 잊어서는 안된다는 각성을 의미하겠다. 그렇다면 남아야할 것은 증오와 혐오가 아닌 오직 추모와 슬픔에 대한 공감, 조현병이라는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일 뿐이겠다. SW

 

hjy@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