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당신도 '먼지차별'을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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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당신도 '먼지차별'을 하지 않나요?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01.1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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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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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무슨 동문회를 구성하려는 발기인 모임. 회장을 맡기로 한 선배가 "모든 단체엔 정관이 중요하듯 우리도 회칙을 잘 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헌법, 회칙을 누가 쓸까, 하는데 일행들은 자연스레 저를 지목했습니다. "방송작가로 글 깨나 쓰는 김재화가 적격~!"

그런데 회장(내정자) 말 “김재화는 코미디작가야. 회칙은 웃기는 글이 아니거든. 그리고 연영과(연극영화학) 나왔잖아. 법대 나온 친구...없나?” 그 말에 몇은 그도 그럴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몇은 선입견이 아니냐는 눈빛을 보였습니다.

잠깐 웃고 말 수도 있었던 일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속이 좁아선지 제 마음엔 미묘한 생채기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틀린 말은 아니지'라고 생각하며 했겠지만 저는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처럼 많은 분들도 사소한 것에서 심장이 크게 꼬물대는 일이 있지 않을까요?

아참, 여기서 제목에 나온 '먼저차별'을 먼저 설명해드려야겠습니다. 왕먼지 같은 건 먼지 취급도 못 받고, 눈에 띄지 않지만 치명적 독성을 가진 미세먼지만 먼지로 인정을 해주는 것...이 먼지차별이 아닙니다.

먼지차별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도처에 깔린 아주 작은 먼지만큼 해로운 소소한 차별'을 뜻하는 말로 미국 시사용어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성차별이나 나이·성정체성·장애 등 소수자들에 대한 미세하지만 만연해 있는 차별 또는 혐오스런 표현을 가리킵니다.

중요한 것, 이것은 폭력이나 욕설처럼 강한 강도로 체감되지 않기에 은연중에 휙 지나가고 맙니다. 그래서 막상 겪었을 때 대처하기 쉽지 않다는 특성이 있죠.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닌데‘,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닌데 왜 그렇게 고깝게 생각해?!' 라는 다그침 같은 게 나올 말은 우리 주변에 범람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입니다. “몇 학번이세요?”, “전공이 뭐였어요?” 이런 질문은 대학 나오지 않은 사람이 들었을 때 썩 유쾌하지 않을 겁니다.

잠깐 실직을 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누가 용기를 준답시고 “남자가 돈을 벌어서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지.” 한다면 기분이 좋을까요? 남자만 돈을 벌라는 것,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죠, 아마? 어른들은 시집 안 간 아가씨나 또는 결혼은 했으되 출산 전인 여성에게 ‘모름지기 여자라면 애를 낳아야지’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합니다.

지방 출신의 한 주인은 "왜 사투리를 안 써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어쭈구리~ 제법인데!’라는 말로 들리지, 절대 칭찬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자들은 누군가의 말에 부정적 대꾸를 하면 너무 예민하다, 깐깐하다, 속이 좁다고 여길까봐 가만있지만 속으론 기분이 별로라고 합니다. 어떤 말이냐면요.  

"일하러 나오면 애들은 밥을 어떻게 먹어요?", "역시 여자라 섬세하네요", "얼굴이 예쁜데 왜 연애는 안 하세요?", "여자라면 화장은 필수죠."

더 있습니다. "너같이 말 통하는 개념녀가 많아져야 된다니까", "너도 화장도 좀 하고 여성스럽게 꾸미고 다니면 예쁠 텐데", "얼굴 예쁜 건 3개월, 마음 예쁘면 3년, 음식 잘하면 평생이야."

그렇습니다. 먼지 좀 마신다고 바로 죽지 않습니다. 그러나 건강에 나쁜 건 분명하듯, 좋은 말로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차별 섞인 말은 스트레스나 불쾌감의 재료입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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