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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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위기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3.06.2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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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A 노보스티 통신이 제공한 사진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전술핵무기가 벨라루스에 처음으로 배치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RIA 노보스티 통신이 제공한 사진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전술핵무기가 벨라루스에 처음으로 배치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푸틴은 구 소련 시절 KGB 정보원이었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게 된 계기는 고르바초프의 개혁 정책인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개혁)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이 종지부를 찍고 소련 연방이 해체됐다.

푸틴은 이런 틈을 타 정보계를 장악하고 다음 대통령이 된 보리스 옐친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는데 성공했다. 1999년 말, 옐친 대통령이 건강 문제로 사퇴한다고 했으나 사실상 쿠데타에 다름없는 정권 탈취였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러시아 직접선거로 선출된 국가원수라하지만 수많은 부정선거와 정적 암살, 언론 탄압 등으로 정권을 유지해 왔다. 2번째 임기 종료 이후에는 대통령 3연임을 금지한 헌법을 우회하기 위해 꼭두각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직을 넘기고 섭정했다. 2020년에는 대통령 연임 제한까지 철폐해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중국의 시진핑도 이를 따라하면서 양대 공산국가 독재자 모두 영구 집권하게 됐다. 조지 오웰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 체제에 다름 아니다.

푸틴은 체첸 공화국 독립운동 탄압, 크림반도 강제 합병, 시리아의 최악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지원 등으로 인해 손가락질을 받더니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아예 전범으로 낙인 찍혀 있다.

비록 하루만의 반란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와그너 그룹의 반발 후폭풍이 거세질 것 같다. 일부에서는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조만간 암살 당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온갖 추악한 수법으로 많은 정적을 제거한 푸틴이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푸틴이 KGB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 해보면 이런 추정이 그냥 흘러 버릴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KGB는 호텔에 몰래 카메라나 도청 장비를 설치해 정적제거에 이용했으며 푸틴은 이런 작전에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옐친 대통령 집권 당시 푸틴은 옐친의 정적인 유리스 스쿠라토프 검찰총장이 두 명의 젊은 여성과 침대에 함께 있는 비디오를 TV에 공개하도록 해 옐친에게 힘을 실어줬고 대신 총리 자리를 얻었다. 최근에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독극물을 이용해 살해하려 했다. 불같은 성격의 프리고진이 홧김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금방 수그러든 것은 오히려 자신의 수명을 단축시킨 것 같아 안타깝다.

CNN은 “푸틴은 배신자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며 “벨라루스에서 살해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가는 게 끝은 아닐 거라며 “한가지 분명한 건, 어떤 종류로든 속편은 나올 것”이라고 했다. CNN은 “이상하고 혼란스러운 러시아에서의 36시간은 푸틴에게 종말의 시작처럼 느껴진다”고도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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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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