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여인’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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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여인’의 경고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3.10.0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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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같은 또 다른 질병에 대비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스정리 박사. 사진=AP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스정리 박사. 사진=AP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통계청(統計廳, Statistics Korea)이 발표한 ‘2022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1022명으로 처음 1,000명을 넘어섰으며, 총 사망자 수는 37만2939명이었다. 2021년 사망자 수(31만7680명) 대비 5만5259명(17.4%) 늘었다. 통계청이 사망원인 통계를 작성한 1983년 이래 가장 많았다. 2019년과 2020년 사망자 수는 각각 29만5000명과 30만4000명였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조사망률(粗死亡率, crude death rate)은 727.6명으로, 1년 전보다 108.7명(17.6%) 늘었다. 조사망률은 2009년(497.3명) 저점(低點)을 찍은 뒤 증가세이다. 2022년 전체 사망 원인의 39.8%를 차지하는 ‘3대 사망원인(死因)’은 암(22.4%), 심장질환(9,0%), 코로나19(8.4%)였다.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COVID-19)가 한국인 사망원인 3위를 차지했다. 이에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에 대하여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코로나19 범유행의 감염원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시(武漢市)에 있는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연구소(武漢病毒硏究所, Wuhan Institute of Virology)는 1956년에 설립되었으며, 중국 국가중점실험실로 지정되어 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기원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명확한 기원이 밝혀지지 않고 잠재된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는 상태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신흥감염병센터장 스정리(石正麗) 박사는 박쥐 관련 바이러스 전문가이다. 2002년 발생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논문을 발표해 ‘박쥐 여인(Batwoman)’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코로나19 기원 논쟁 속에서 ‘실험실 유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사스와 코로나19는 모두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질환이다. 

미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2015년까지 6년 동안 실험실 안전 위반 횟수는 749건을 기록했다. 실제로 2004년 베이징에 있는 중국국립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일어난 사고로 여러 명이 사스(SARS)에 걸리기도 했다. 중국은 과거 사스 때문에 큰 난리가 났고, 이에 대응해 사스 연구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에 사스 연구는 중국 유일의 가장 안전도가 높은 BSL-4등급 실험실에서 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南華早報)의 9월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 유출지라는 의혹에 휩싸였던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박쥐 바이러스 전문가가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질병의 발병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는 코로나19 같은 또 다른 신종바이러스 질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베트우먼(박쥐여인)’으로 불리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박쥐 바이러스 권위자 스정리(石正麗) 박사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 40종의 인간 전염 위험을 평가한 결과 절반인 20종에서 전염 위험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이중 6종이 질병을 유발하거나 다른 동물을 감염시킨다는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는 인구, 유전적 다양성, 숙주종,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의 과거 병력 등 바이러스의 특성에 대한 분석에 기반 했다. 연구팀은 “미래에 질병이 출현할 것이 거의 확실하며 이는 또다시 코로나바이러스 질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연구팀은 또 박쥐, 설치류 같은 자연 숙주와 낙타, 사향고양이, 돼지, 천산갑(穿山甲, pangolin) 등 잠재적 중간 숙주 등 병원균의 중요한 숙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virus)는 일반적으로 세균(細菌)이라고 하는 미생물보다도 10-1000배 정도 작다.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일반 생물학적 방법으로는 검출되기 어렵고, 일반 현미경으로는 보이지 않고 전자현미경(electron microscope, EM)으로만 볼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발견된 바이러스인 TMV(담배모자이크병 바이러스)도 1939년에 전자현미경을 통해서 긴 막대 모양이 확인되었다.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19세기에 먼저 시작된 미생물(微生物) 연구에서와 같이 질병의 원인으로서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인류는 기원전부터 오늘날까지 바이러스 질병(천연두에서 시작하여 최근의 코로나19까지)을 수없이 겪어왔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특정 동물만 감염하고, 그 동물의 특정 부위만 감염하는 특징이 있다. 한편 인수(人獸)공통감염 바이러스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CoV)는 사람과 동물을 모두 감염하는 ‘인수 공통 감염’ 바이러스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그동안 사람에서는 약한 호흡기 감염을 일으켜 왔으나, 21세기에 들어 기존과 전혀 다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나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즉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 중증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2019년에 시작된 코로나19(COVID-19)는 사망률이 높은 질병들이다. 

‘코로나’는 왕관(王冠)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는데,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바이러스 가장자리에 왕관을 연상시키는 돌기 모양이 특징적이라 ‘코로나바이러스’로 명명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자연 보균자(natural reservoir)는 박쥐와 야생 조류로 알려져 있다. 박쥐는 인간과 동물에서 인수 공통 감염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중요한 일차 자연 보균 숙주(primary natural reservoir hosts)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새로운 팬데믹에 대비하여 과학 기반 대응체계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윤 대통령은 “새로운 팬데믹에 대비하여 전문가 중심의 과학 기반 대응체계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코로나가 초래한 다양한 사회적 변화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디지털 정책 등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New Normal) 정책을 세심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고 6월 1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한 것은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19가 국내에 처음 발생한 지 3년 4개월만이다. 이번 조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중보건비상사태 해제(5월5일) 상황과 ‘국가감염병 위기대응자문위원회’ 전문가 권고(5월8일)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이다. 

미국은 지난 5월 11일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3년여만에 종료하면서 그간 무료로 제공한 코로나 진단을 유료로 전환한 바 있다. 이에 저소득층 의료보험(메디케이드) 및 노인 대상 의료보험(메디케어)이 아니면 자체 부담을 해야 했다. 최근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변이에 따른 감염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데 따라 검사키트를 다시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9월 3-9일 일주일간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2만5000명으로 전주 대비 8% 늘었다. 두 달 전인 지난 7월보다는 3배 이상 증가했다. CDC는 지난 9월 12일 코로나19 신종 변이에 대응하는 화이자(Pfizer)와 모더나(Morderna)의 개량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또한 각급 학교와 회사에서 다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동절기 유행에 대비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10월 19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접종은 65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감염취약시설 구성원 등을 시작으로, 12세 이상 국민은 11월 1일부터 접종이 가능하다. 질병관리청(KDCA)에 따르면 이번 접종은 10월 19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접종의 피로감을 해소하고 많은 국민이 겨울철 접종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자 접종 종료일을 설정하였다고 질병청이 밝혔다. 

이번 신규 백신은 유행 변이에 대응하도록 개발된 백신으로, EG.5.1 등을 포함한 XBB계열 변이는 물론 피롤라(Pirola)로 불리는 BA.2.86 변이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질병청은 백신의 빠른 도입을 위해 긴급사용승인 절차를 진행했고, 9월 18일 화이자 코미나티주(Comirnaty Injection) 백신 404만 회분이 들어왔으며, 총 1000만 회분이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이 백신은 10월 19일부터 활용한다. 모더나 스파이크박스엑스주(안두소메란) 백신도 국내에 도입되는 즉시 접종에 사용된다. 

질병청은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한 능동 감시를 진행한다. 문자 수신 및 능동 감시 참여에 동의한 국민 1만명에게 접종 후 0-7일 동안 예진 시 등록된 휴대전화로 URL(web address)을 발송해 접종 후 건강상태 이상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접종은 마지막 접종일로부터 90일이 지난 이후부터 가능하며 전국 위탁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다. 

질병청은 이번 절기부터 코로나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두 백신의 동시접종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이 국내외 연구를 통해 확인됐고 미국, 영국 등 해외 주요국도 동시접종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접종에 따른 이상반응도 대부분 경증 도는 중등의 전신반응을 보였고, 백신의 효과 또한 충분히 발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발생 후 처음으로 확진자 격리 의무가 사라진 올해 추석명절 연휴를 맞아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어르신들의 가족 간 만남이 늘어난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젊은이들이 코로나 증상을 감기 등으로 가볍게 생각했다가 명절 이후 어르신들에게 옮아 중증으로 진행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코로나19에 걸리거나 증상이 있는 사람은 친척모임에 참석을 자제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 감염 확산인 팬데믹(pandemic)은 끝났어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완전히 박멸된 것은 아니다. 이에 코로나19는 독감처럼 철마다 유행을 반복하는 풍토병(風土病)으로 남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류가 완전히 퇴치한 질병을 거의 없으며, 단지 백신, 면역, 방역, 위생, 치료, 건강증진 등을 통해 확산을 다스리면서 치료하고, 피해를 줄이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SW

pmy@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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