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남성은 왜 ‘멍멍개’ ‘낮전등’으로 불릴까?
상태바
북한에서 남성은 왜 ‘멍멍개’ ‘낮전등’으로 불릴까?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4.02.07 07:14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일부 ‘북한 경제·사회 실태 보고서’
일 없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의미 담겨
여성 지위 높아지고 혼인 연령 늦어져 
북한에서 가정 내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쓸모 없는 남성은 '멍멍개' '손전등'으로 불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시사주간 DB
북한에서 가정 내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쓸모 없는 남성은 '멍멍개' '낮전등'으로 불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에서 여성이 시장화의 주요 주체로 부상하면서 가정 내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혼인 연령도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가 지난 10년간 축적된 북한이탈주민 대상 심층조사 결과를 종합해 6일 발간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선 여성이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꾸리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여성의 가정 내 지위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 경제 책임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지워지면서 북한 여성은 가능하면 늦게 결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 이전에 탈북한 응답자 1005명 중 25세 이하에 결혼했다는 비율이 66.8%이고, 26~29세가 30.0%였지만 2012년 이후에는 25세 이하 비율이 51.3%로 하락했고 26~30세 비율은 34.5%로 증가했다.

2016년에서 2020년 사이 북한을 떠난 탈북민들은 시장 활동이 가정 내 여성 지위에 미친 영향에 관해서는 30.0%가 남편과 위상이 동등해졌거나 남편보다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45.9%는 위상이 다소 높아졌다고 답변했다.

탈북민들은 북한의 이 같은 변화에 따라 남편을 ‘멍멍개’나 ‘낮전등’으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낮전등’이란 낮에 켜진 전등처럼 하는 일 없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정 내 남녀평등 정도는 개선됐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여성에게 ‘전통적 여성상’을 강조하고 있어 사회 전반의 남녀평등은 요원하다고 통일부는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여성들이 자녀들을 사회주의 교육교양으로 키워내고 고상한 문화도덕적 풍모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일상에서 여성들이 ‘조선옷’을 착용하라고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보고서에서 “여성에게 조선옷 착용을 강조하는 것 등은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회귀를 위한 조처”라며 “종합시장에서 경제활동에 나선 여성들이 현대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경향을 북한당국이 경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 경제의 장마당 의존은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71%가 장마당에서 쌀·강냉이(옥수수) 등 식량을 구했다고 답했다. ‘시장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된다’는 이가 89.5%로 나타났다. 시장이 없어도 생활이 가능했다고 답한 이는 3.7%에 불과했다. 소득의 68.1%가 ‘비공식 소득’이고, 경제활동 종사자 가운데 37%가 사경제 활동으로 생계를 해결했다고 답했다. SW

ysj@economicpost.co.kr

Tag
#북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