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태양절 명칭 사용 말라” 내부적으로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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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태양절 명칭 사용 말라” 내부적으로 지시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4.04.1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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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발표 아닌 단위·조직별로 지침
‘태양절’ 대신 ‘4월 15일’로 바꾸라
김정일 생일 ‘광명성절’도 쓰지마라 
북한의 청년학생들이 '4월 15일'을 맞아 김일성광장에서 경축연회를 하고 있다. 사진=웨이보
북한의 청년학생들이 '4월 15일'을 맞아 김일성광장에서 경축 야회를 하고 있다. 사진=웨이보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 당국이 김일성 주석 생일을 일컫는 ‘태양절’ 명칭을 사용하지 말 것을 주민들에게 내부적으로 지시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RFA는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지금까지 4월 15일은 우리 민족의 가장 경사스러운 ‘태양절’이었다”면서 “그런데 당에서 이제부터 ‘태양절’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지시를 내부적으로 하달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이번 지시를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식 발표한 게 아니라 단위별, 조직별로 당에서 지침을 내려 행사준비 방향이나 문구까지 정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당에서 ‘태양절’을 ‘4월 15일’로 부르라고 규정했다”면서 “태양절에 진행하던 공연에서도 ‘태양절을 경축하며 준비한 예술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를 ‘4월 15일을 맞으며 준비한 예술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로 소개하라고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14일에 태양절 행사를 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북한 당국은 기상예보에 따라 비가 오기 때문에 행사를 앞당긴다고 했는데 눈 속에서도 하던 국가 행사를 비가 온다고 제날짜가 아닌 날에 하는 것은 그만큼 태양절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로 주민들은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제부터 태양절이라는 문구를 없애라는 중앙당의 지시가 도당위원회를 통해 내적으로 하달되었다”면서 “이 지시는 수령님(김일성)을 민족의 태양으로 믿었던 수 많은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주민들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생계난에 선대 수령들의 시대를 회상할 때가 많다”면서 “그나마 김일성 시대에는 식량배급도 있었고 무상치료, 무상교육도 실시되었는데 김정은 시대에는 아무것도 바랄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당에서 온통 하지 말라는 것 뿐”이라면서 “얼마 전에는 선대들의 평생의 소원이고 유훈교시인 ‘조국통일’을 저버리더니 요즘은 민족의 태양으로 칭송하던 수령님(김일성) 생일의 ‘태양절’ 명칭마저 쓰지 못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태양절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 3주년이 되던 1997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제정됐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수령님은 존함 그대로 태양이다. 그러므로 수령님께서 탄생하신 4월 15일을 태양절로 명명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소식통들은 이번에 ‘태양절’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앞으로 김정일의 생일을 ‘광명성절’이라고 부르는 것도 금지한다는 내부 지시도 함께 내려왔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태양절’이나 ‘광명성절’ 등의 표현 빈도를 줄이는 등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우상화 수위를 낮춰 자신의 권위를 높이려는 한다는 지적을 내놓으면서 최근 그가 선대의 통일 유훈을 폐기하며 독자 대남노선을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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