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고가도로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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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고가도로 역사 속으로.
  • 시사주간
  • 승인 2014.03.2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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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시야 탁 트여 좋아" 지역발전 기대.
26일 오전 11시15분께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아현감리교회 앞. 46년 동안 중구 중림동과 마포구 아현동을 이어준 약 940m 길이의 아현고가도로가 마지막 철거작업을 앞두고 있었다.

현장 주변 도로에는 가던 길을 멈추고 마지막 남은 교각을 멀찌감치 바라보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아현고가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분주했다.

본격적인 철거작업이 시작되자 주변 시민들도, 서울시를 비롯한 철거 작업 관계자도, 취재 차 현장을 방문한 기자들도 모두 숨죽여 그 순간을 지켜봤다.

46년 간 그 자리를 지켜온 교각이었지만 철거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안녕, 아현 고가차도 역사속으로…'라는 내용의 플랜카드가 걸린 교각 상부(코핑)와 기둥을 절단하고 크레인이 70t 무게, 가로길이 15m의 코핑을 드러냈다. 이어 하부의 기둥도 철거 작업을 완료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6일부터 아현고가의 차량 통제를 시작하고 같은 달 1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시설물 제거 사전작업을 마쳤다. 지난 2일부터 34개의 교각으로 이뤄진 아현고가 철거를 시작했다.

직접 철거작업에 참여한 다음 몸무게가 7㎏ 빠졌다는 공사 관계자는 "교량이 너무 낡아서 철거 작업 중 안전관리에 더 신경쓰느라 살이 빠진 것 같다"며 "해체 작업을 해보니 각종 시설물에 균열, 부식이 너무 많았다. 그대로 뒀다면 사고가 발생했겠다 싶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인근 주민들도 아현고가 철거를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북아현동에서 목욕탕을 운영한다는 고시돈(70)씨는 "고가가 있을 때는 햇빛도 잘 안 들고 뒷골목 같은 분위기였는데 환해졌다"며 "역사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업자는 "철거 되니 시야가 확 트여 참 좋다"며 "고가 철거를 통한 개발 기대심리로 땅 값도 이미 종전가보다 1억원 이상 오른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근 가구거리 가구점에서 일한다는 30대 중반의 남성은 "매일 눈에 보이던 것이 없어지니 적응이 잘 안된다"면서도 "어두컴컴했던 길이 환해지니 손님들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 50대 여성은 "고가가 있을 때는 차량 소음이 퍼지질 않아 너무 시끄러웠다"며 "철거되고 난 뒤에는 소음이 확실히 줄어 조용해졌다"고 밝혔다.

아현고가는 완전히 철거됐지만 아직 공사는 끝나지 않았다.

천석현 서울시 도시기반본부장은 "이번 주말까지 잔재를 처리하고 다음 주 초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버스전용차로가 7월말까지 설치되며 8월 초 개통예정이다. 양화 신촌로와 경인 마포로의 중앙버스전용차로가 개통되면 버스전용차로가 도심까지 연결돼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시민의 편익이 크게 증진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아현고가가 완전히 철거됐다. 터줏대감이 사라지면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고가의 그늘 속에서 불편을 감수했던 시민들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가 감돌았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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