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北, 대북전단 폐지 반발···도발 포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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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北, 대북전단 폐지 반발···도발 포석일까?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3.11.0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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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괴뢰 4월부터 적지물 보냈다’ 문건
포사격-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뤄져
접경지역 주민들 안전위험 우려성도 증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지난 2019년 4월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에서 대북전단을 보내고 있다. 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이 대북전단금지법 폐지에 반발하는 것은 도발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8일 헌법재판소가 지난 9월 대북전단금지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하고 관련 지침 폐지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이는 ‘한국 종말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통신은 ‘대북삐라(대북전단)’ 살포는 고도의 심리전이자 선제공격이라며 2014년 북한군이 대북전단에 포사격을 한 것과 2020년 대북전단을 이유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사건을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코로나비루스 재발과 확산방지를 위한 국가적인 최대비상방역대책준비제안과 대책적의견’ 문건. 사진=RFA
‘코로나비루스 재발과 확산방지를 위한 국가적인 최대비상방역대책준비제안과 대책적의견’ 문건. 사진=RFA

◇ 북한 내 코로나 확산은 적지물 때문

“지난 4월부터 서해와 강하천 등을 통해 코로나비루스 전파 위험성이 있는 물품들을 또다시 들여보내고 있다.”

북한 중앙비상방역지휘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코로나비루스 재발과 확산방지를 위한 국가적인 최대비상방역 대책준비제안과 대책적 의견’이라는 제하의 문건을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입수했다고 9일 밝혔다. 

문건에서 “우리 국가를 압살하려는 남조선괴로도당과 그 앞잡이들의 반공화국 모략책동에 의한 것”이라면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5월 19일 비준한 과업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해당 문건은 북한의 비상방역체계 구축 등을 위한 내용으로 이 가운데 북한 내 코로나 확산 원인을 한국에서 보낸 ‘적지물’ 즉, 대북전단이나 페트병 등으로 지목하고 이를 수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9월 대북전단 등 살포 행위 금지에 대해 위헌 결정 전에 북한으로 전단 및 페트병 등이 상당량 유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은 비상방역을 위한 대책으로 지역 내 의진자, 적지물 등을 빠짐없이 장악할 것과 해안, 분계연선 지역에 대한 봉쇄 및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통보 체계 강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경 및 해안, 분계연선 지역 주민들에게 적지물의 위험성을 알리는 해설, 교양을 강화할 것과 적지물 유입경로를 장악해 이를 회수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해안가에서는 책임일군과 보위원들이 선박에 함께 승선해 선단을 지휘하도록 할 것과 바다에 떠 있는 ‘감염위험 적지물’이 육지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바다로 나간 선박들이 제한된 수역을 벗어나거나 어로공 등이 부유물을 건져내는 현상을 철저히 막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탈북민 단체가 경기도 김포에서 북한으로 쌀 페트병을 보내기 위해 담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탈북민 단체가 경기도 김포에서 북한으로 쌀 페트병을 보내기 위해 담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 김정은이 이를 지켜보고 있을 것

북한이 도발을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위험하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속해서 대북 살포가 이어질 경우 북한은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 당국이 직접 나서지 않고 관영 언론(조선중앙통신)의 보도이기 때문에 위협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앞으로 접경지역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전쟁을 면밀히 주시하며 미국, 러시아, 한국의 행동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북한지도부 전문가인 켄 고스 국장도 “북한의 이번 반발은 향후 도발을 위한 기초를 놓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할 땐 김정은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성명을 발표한 것과 달리 이번 성명은 ‘김윤미’라는 한 논평가가 했다는 점에서 나중에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은 “이번 성명은 나중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rationale)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성명은 외부정보 유입을 북한 정권이 얼마나 위협적으로 보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를 대북 압박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북한이 2020년 대북전단을 이유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이번 대북전단 반발 성명을 보고 유사한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기술적, 정치적, 전략적으로 자신들에게 적기라고 생각할 때 도발할 수 있고 대북전단 외에 도발의 근거로 사용할 이유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이 대북전단을 포사격하면 휴전선 인근 한국인들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판결에도 안보 관점에서 대북전단 사안을 다룰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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