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혜원에 중국 국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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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혜원에 중국 국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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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0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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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황영화기자]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특별전이 5일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다. 조선 후기인 18세기부터 1930년대까지 우리 미술을 도시 문화의 맥락에서 살피는 전시회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서울역사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국내 25곳과 중국 랴오닝성박물관,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과 도쿄예술대학미술관,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이 204건 373점을 출품했다.

중국의 도시 경관이 10여m에 이르는 긴 두루마리에 상세히 묘사된 ‘청명상하도’와 ‘고소번화도’가 특히 주목된다. 한국의 국보에 해당하는 중국 1급 문화재들이다. 이 두 작품은 5~23일에만 볼 수 있다.

도시의 쾌활한 일상을 담은 풍속화인 김홍도의 ‘무동’과 신윤복의 ‘주사거배(酒肆擧盃)’도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다. 두 그림을 포함한 김홍도의 ‘단원 풍속도첩’과 신윤복의‘혜원 전신첩’은 조선을 대표하는 양대 풍속화가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서민들의 흥겨움과 건실함을 기록한 단원(檀園), 도시 뒷골목의 유흥을 포착한 혜원(蕙園)의 풍속화가 조선 후기 도시 문화를 어떤 모습으로 그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장진아 학예연구관과 권혜은 학예연구사는 “이번 특별전은 4부로 구성해 도시 경관, 도시 사람들, 도시의 취향과 미의식을 담은 작품들을 보여준다. 또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미술이 어떻게 변화하면서 현재에 가까워졌는지 살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성문을 열다’에서는 조선의 수도이자 대표 도시인 한양의 변화를 그림으로 알아본다.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 한양은 조선 후기가 되면서 북적이는 상업 도시로 거듭났다. 도시 영역은 성곽 밖으로 확장했고 시인과 화가는 도시를 노래하고 그렸다. 이 같은 변화는 비슷한 시기 중국과 일본에서도 확인된다. 중국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와 ‘고소번화도(姑蘇繁華圖)’, 한국의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 일본의 ‘낙중낙외도(洛中洛外圖)’는 당대에 꿈꾼 이상적 도시상이다. 정조가 야심차게 추진한 신도시 화성의 전모가 드러난 ‘화성전도(華城全圖)’도 최초로 공개된다.

‘사람들, 도시에 매혹되다’에서는 도시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도시인은 풍속화의 주인공이 됐고, 김홍도와 신윤복이라는 걸출한 풍속화가가 각광받았다. 도시로 집중된 최신 정보와 번화한 문물을 바탕으로 향촌과는 다른 도시 문화도 성장했다. 도시 문화의 신진 주도층인 중인이 특기대상이다. 사대부 문화와 공통되면서도 다른 문화인 여항(閭巷), 즉 중서민층이 사는 시정 골목 문화를 창출했다. 19세기 중인 문인의 모임을 그린 ‘수계도(修禊圖)’를 통해 문화 트렌드 리더들의 결속과 풍류를 엿볼 수 있다. 조희룡, 전기, 유숙 등 여항 문인들은 도시 미술의 흐름을 주도했다.

‘미술, 도시의 감성을 펼치다’는 도시의 취향과 감각을 드러내는 작품을 보여준다. 풍부하고 세련된 문물은 화려한 취향을 만들었고, 그것을 욕망하고 소유하고 과시하려는 풍조도 나타났다. 누구라도 시장에 나온 그림과 도자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19세기 말 외국인이 구입한 ‘기산풍속도첩’은 그 무렵 미술 시장에 나온 상품이다. 미술품이 외국인에게 팔린 양상을 파악 가능하다. 달라진 환경에서 미술이 지향하는 내용과 형식도 크게 바뀌었다. 미술가는 창작 주체로서 자의식을 강하게 분출했다. 과거의 이념과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감각적이며 파격적인 감성을 쏟아냈다. 조희룡에서 시작하는 매화 병풍의 화려한 표현력, ‘책가도’가 풍기는 세속미, 이색감각의 도자기는 곧 도시의 미술 취향이다.

‘도시, 근대를 만나다’는 근대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미술가들이 변화를 모색해가는 과정을 되짚는다. 개항과 더불어 신문물과 신매체가 도시로 밀려 들어왔다. 미술가는 새로운 사조와 문물에 자극을 받으며 미술의 새로운 동향을 만들어 갔다. 동시에 식민지적 현실, 한국인의 정체성, 전통을 고민해야 했다. 도시의 지식인으로 고뇌를 느낄 수 있는 고희동의 ‘자화상’, 낯익은 과거와 낯선 현재가 뒤섞인 서동진 작 ‘뒷골목’의 도시 경관은 근대의 고민에 다름 아니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미술이 그려낸 도시, 그리고 도시에서 꽃 피운 미술을 찾아보는 이번 특별전은 도시라는 공간이 미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미술가들은 도시의 문화를 어떻게 바꿨는지, 그 흥미로운 과정을 따라가 보는 색다른 미술 감상의 기회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와 연계해 국내 학자 9명이 참가하는 학술심포지엄이 20일 대강당에서 열린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11월11일 대강당에서 강연한다. 전시기간 매일 4차례 전시 해설이 이뤄지고,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배우 고두심씨의 ‘오디오 가이드’(3000원)를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전시회 입장료는 3000~5000원(개인), 2500~4500원(20인 이상)이다.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은 11월23일까지 계속된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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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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