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명예퇴직' 실시 한다더니, 잔류 희망 직원들 대상 퇴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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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명예퇴직' 실시 한다더니, 잔류 희망 직원들 대상 퇴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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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2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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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 대상 직원들 자리 옆에 짐 쌀 때 쓰는 빈 상자 갖다 놓거나 회의실에 집합시킨 후 일 시키지 않아.
▲ [시사주간=경제팀]

KT가 15년차 이상 근무자 2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특별명예퇴직 신청 마감을 하루 앞둔 가운데, 잔류를 희망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퇴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명퇴 대상 직원들의 자리 옆에 짐 쌀 때 쓰는 빈 상자를 갖다 놓거나 회의실에 집합시킨 후 일을 시키지 않고,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 강제 발령을 하는 등 단계별 퇴직 압박을 벌이고 있다.

20일 KT의 제2노조인 새노조에 따르면 지난 18일 KT는 각 지사 팀장들에게 메일을 보내 명예퇴직 대상자들을 연고가 없는 타 본부에 배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매스(mass) 영업 인력은 직렬과 성별에 상관없이 전원 케이블 포설과 통신구 정비, 도급비 절감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메일로 온 공지에는 "회사가 공표한 노사 합의 사항은 절대 번복 없다"면서 "회사가 바로서기 위한 것이며 공표한 내용은 반드시 시행한다. 특별 문구 관련 내용은 직원들에게 분명히 숙지시킬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 "접수 기간 단축은 신청자가 폭주하면서 제원 부족이 우려돼 21일 오후 6시까지 조기 종료하는 것"이라며 "연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KT는 명퇴를 실시하면서 좋은 퇴직 조건을 걸어 자진 신청을 유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명퇴 대상자를 상대로 강제 퇴직을 강요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에도 KT는 계열사에 위탁할 예정인 현장 영업, 개통 사후관리(AS), 플라자(지사 영업창구 업무) 분야에서 잔류를 희망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 근무지를 조사한 바 있다.

강남, 강북, 서부 등 수도권 3개 본부는 1개 본부로 묶어 놓은 후 희망연고지 3곳 중 2곳은 지방을 반드시 쓰도록 했다.

결국 이러한 조치를 통해 17일 오후 6시에 서울의 한 KT고객본부는 명퇴를 거부한 10명(여성 포함)에 대해 경기 남부인 수원, 오산, 용인, 평택 등으로 인사조치 시켰다.

고객기술팀과 CM팀 등에 있던 이들의 업무도 유선엑세스망 유지보수, 선로 직무 등으로 기존에 하던 업무가 아닌 전혀 새로운 업무를 맡도록 했다.

이외에도 서울 북부에 있는 한 지사에서는 잔류 대상자들을 회의실에 전원 집합시키고 일을 시키지도 않으면서 5분 이상 자리를 비울 때는 해당 팀장에게 사전 승인을 받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서울 서부에 있는 한 지사에서는 아예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들 자리 옆에 짐 쌀 때 쓰는 빈 상자를 갖다 놨다. 또 업무에 사용하는 공구와 도구를 모두 반납하도록 시켰고 해당 팀장에게 업무도 인수인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해당 KT 직원은 "과연 회사를 잘 되게 하기 위한 것인지 강압적으로 노동자들을 퇴출시키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황창규 회장과 이석채 전임 회장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이러한 KT의 명예퇴직을 두고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아이디 'e5****'는 "20년동안 회사에서 하라는 것을 다 했지만 명예퇴직이라고 각서를 쓰라고 한다"면서 "아들 하나가 지금 많이 아파서 중환자실에 있는데 회장님 제발 짜르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비공개로 작성한 한 네티즌은 "저희 아버지도 이번에 명퇴를 하는데 2009년에는 철회됐지만 올해는 적자가 너무 많아서 안된다고 한다"라면서 "적자라면서 야구단 운영하는 건 뭔지 이해가 안 가고, 윗선에서 잘못한 것을 왜 저희 아버지가 책임져야 하냐"고 밝혔다.

한편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의 부친상을 조문하기 위해 방문해 "아직 개혁 드라이브를 걸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삼성이라면 직접 세게 드라이브를 걸수도 있었겠지만 KT는 아직 공기업 성격이 강하다"면서 "아직 드라이브를 걸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의 경우 아침 7시에도 출근하도록 할 수 있겠지만 KT에서 내가 그렇게 하면 임직원들이 힘들어 할 것"이라면서 "하나 둘씩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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