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 국회, '예스키즈존'으로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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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국회, '예스키즈존'으로 바뀔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5.1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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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 발의 추진, 2018년 발의됐지만 실패
'국회는 엄숙한 곳' 걸림돌, '임기 중 출산' 늘며 해외에서도 허용 추세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공통적 문제, 임신 출산 육아 사회 문제임을 알려야"
지난 2017년 뉴질랜드의 라리사 워터스 전 상원의원이 의회에서 자신의 딸에게 모유를 수유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 2017년 뉴질랜드의 라리사 워터스 전 상원의원이 의회에서 자신의 딸에게 모유를 수유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출산을 한 국회의원이 아이와 함께 국회 회의장에 출석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법안이 최근 발의 추진 중에 있다. 국회에서 동반 입장이 가능할 경우 영아를 두고 출근해야하는 워킹맘들의 고민을 풀어줄 방안들이 연달아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지만 '국회는 신성한 곳'이라는 보수성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출산을 했다. 현역 국회의원의 출산은 19대 국회에서 장하나 전 민주당 의원, 20대 국회에서 신보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세번째다. 이후 용 의원은 지난 11일,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와 함께 국회의원이 회의장에 출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앞서 2018년, 20대 국회에서 신보라 전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과 비슷한 내용이다. 당시 신 전 의원은 의원과 영아의 동반 출입 허용과 함께 여성정치인에게 최대 90일까지 출산휴가를 인정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2019년 3월, 당시 생후 6개월이었던 아들과 함께 본회의에 참석해 법률 제안설명을 하려했지만 법안 계류로 인해 제안설명 자체를 하지 못했고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동반 출입에 대해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국회법상 불허한다"고 밝혔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원과 의안 심의에 필요한 필수 인원만 본회의장 출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국가원수급이나 이에 준하는 의회 의장 등 외빈이 국회에 방문할 때 국회의장이 제한적으로 허가할 수 있다. 신 전 의원의 경우 여야가 동반 출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국회의장의 허가 여부가 관건이 됐지만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이유로 불허하면서 무산된 것이다. 또 발의된 법안 역시 20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용혜인 의원은 "신보라 전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지 3년이 지났다. 그 어느때보다 저출생에 대한 우려가 높고 그만큼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노키즈존'이 아닌 '예스키즈존' 국회가 필요하다. 국회에 아기가 출입하는 것은 임신과 출산, 육아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임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회,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국회 회의장에 자녀 출입이 허용되고 모유 수유 역시 허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6월, 뉴질랜드의 한 여성 상원의원이 생후 14개월된 자신의 딸에게 모유를 수유하며 연설을 한 것이 세계적인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뉴질랜드 녹색당 소속의 라리사 워터스 상원의원은 뉴질랜드 사상 최초로 캔버라 연방 의회에서 모유 수유를 한 데 이어 수유를 하면서 연설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연설 후 워터스 의원은 "더 많은 여성과 부모가 의회에 진출해야하며 뉴질랜드의 일터들을 좀 더 여성친화적, 가족친화적으로 만들어야한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아이들의 의회 입장을 금지했고 아기를 데려온 여성 의원이 아기에게 수유를 하려면 의회 밖으로 나가 대리투표를 부탁해야했지만 여성 의원들의 항의가 나오면서 2016년 의회 내 모유 수유를 허용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국회는 신성한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영아의 출입을 꺼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21대 국회에서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시각안내견 '조이'와 함께 회의장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 허용된 것도 최근의 일이며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의상을 놓고 여전히 찬반이 엇갈릴 정도로 국회의 보수성이 견고하다는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용혜인 의원실 관계자는 "여전히 국회는 엄숙, 조용해야한다는 생각과 사람들의 눈들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아이가 출입하는 것을 꺼리고 논의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도 늘어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점점 임기 중 임신과 출산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많은 나라들이 동반 출입을 허용하는 등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결해야하고 영아를 집에 두거나 맡겨야 출근이 가능한 워킹맘들에게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이른바 '노키즈존'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회가 여성이 아이와 당당하게 입장하는 공간이 된다면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원실 관계자는 "일터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이 워킹맘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되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육아를 전담하는 제도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워킹맘은 물론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라면 한번쯤 겪게 되는 문제다. '노키즈존'이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상품으로 홍보가 되고 아이와 함께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 대한 손가락질을 반영한 것이다. 국회가 엄마와 아이가 같이 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임신, 출산, 육아가 사회적 문제임을 알려준다면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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