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학부모들 "특수학교가 폭력의 도가니…공립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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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학부모들 "특수학교가 폭력의 도가니…공립화해야"
  • 김기현 기자
  • 승인 2018.10.2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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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
시사주간=김기현 기자] "조금이나마 더 나은 인간다운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보낸 학교에서 인간이 아닌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취급당한 우리 장애학생들의 상처는 누가 보상한단 말입니까. 이런 폭력과 차별이 난무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장애학생을 키우는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장애학생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냉대가 더 견디기 힘듭니다."

 인강학교 학부모 대표 박혜숙씨가 장애학생 부모 80여명 앞에 섰다.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마이크를 내려놓자 연대의 박수가 이어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전국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특수학교 폭력사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학교의 공립화와 학교 내 CCTV 설치를 요구했다.

 지적장애 학생을 교사가 성폭행 한 태백미래학교 사건과 사회복무요원이 장애 학생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서울 인강학교 사건, 담임교사가 장애학생을 폭행한 교남학교 사건 등 특수학교 폭행사건이 잇달아 불거지자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청와대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안전의 보루로 믿어왔던 특수학교는 이제 위험한 폭력의 도가니가 돼 버렸다"며 "이제 장애학생들은 어디로 가서 교육을 받아야 하냐"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수조사 실시, 학교구성원 인권교육 등 몇가지 대안을 제시해왔으나 이번에는 그런 대안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학부모들이 폐쇄회로(CC)TV 설치까지 요구하는 엄중한 상황을 직시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교남학교 폭행사건 피해 당사자 어머니도 참석했다.

 마이크를 잡은 교남학교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정말 학교 믿고 의지하는 마음으로 학교 보넀는데 모든 신뢰 무너져서 견디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이 학부모는 "여섯번의 시험관 시도 끝에 태어난 아이이고 3년 전 아빠가 세상을 떠나 저 혼자 힘들게 키우고 있다"며 "정말 학교를 믿고 의지하는 마음으로 보냈는데 모든 신뢰가 무너져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경찰서에 가서 CCTV를 보니 우리 아이는 선생님의 화풀이 대상이었다"며 "한번이 아니라 상습적으로 폭력을 저지른 해당 교사를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혜숙 인강학교 학부모 대표는 사립학교 교사들을 향해 "그들은 동료 교사들의 비위를 제보하기 어렵고 잘못된 관행을 시정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며 "그들은 교사가 아니다. 법인의 직원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이 시간에도 잔국의 장애학교에서는 분명히 유무형의 폭력이 발생하고 있지만 학부형이나 용기있는 교사들에게 들키지 않는 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 아이들은 지옥을 경험하면서 이 무서운 세상을 육체적, 정서적으로 혐오하며 더욱 사람들을 등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궁극적 문제는 가장 폐쇄돼있는 사립특수학교"라며 "한번 임용되면 평생 그 학교를 다니는 문화로 선후배와 동교교사가 폭행행위를 묵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사립특수학교가 공립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적어도 교사라도 순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대표도 "특수학교는 시설을 갖고 있으면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고 있다"며 "교육부 제재도 받지 않고 (서울에 위치한 인강학교와 교남학교는) 서울시 제재도 안 받는 이상한 형태의 특수학교들을 몽땅 국립화 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폭행사건 방지를 위해 학급 내 CCTV 전면 설치를 요구했지만 CCTV 확대 설치가 근본적인 방안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공익법인 두루의 이주언 변호사는 "CCTV는 특수학생을 고립시키는 것"이라며 "CCTV의 예방적 효과를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시민들의) 장애의식 개선"이라고 강조헀다.

 이 변호사는 "(근본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폭력 사건은 더욱 은밀하게 사각지대에서 범죄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특수학교 폭력 사건의 진상 규명 및 관련자 처벌 ▲학교 관계자 및 교육청 담당자 징계 ▲피해 장애학생 조사 및 보호 방안 수립 ▲특수학교 종사자 및 일반학교 특수교사, 통합교사 등 관련인 대상 인권교육 실시 의무화 ▲학교 배치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관리 방안 마련 ▲유급 특수교육보조인력 확충, 인턴교사제 신설 ▲부실 사립 특수학교의 공립 특수학교로 전환 ▲특수교육 기관에 대한 학교폭력 전면 실태조사 ▲도전적 행동 지원 체계 구축 ▲일반학교 통합교육 실현을 위한 특수교육정책의 대전환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은 준비한 꽃들을 '폭력없는 학교'란 문구가 적힌 상자에 담으며 마무리됐다. SW

kk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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