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법 위헌 논란, 여성 자기결정권 vs 태아 생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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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법 위헌 논란, 여성 자기결정권 vs 태아 생명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4.0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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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찬성 단체와 반대 단체가 각각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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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더 이상 여성의 판단을 의심하고 훼손하고 처벌하지 말라", "가장 힘없는 약자인 태아들의 생명권을 지켜라"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인권운동사랑방 등 23개 단체가 모여 만든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의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가 열렸다. 그리고 비슷한 시각, 세종대로 맞은편 원표공원에서는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등 47개 단체가 '낙태 반대 국민대회'를 열었다. 광화문을 배경으로 낙태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한 번에 울렸다.
 
지난 2일에는 염수정 추기경이 특별담화를 냈다. "여성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형법의 낙태죄 조항이 아니라 낙태로 몰리는 여러 가지 상황이다. 낙태 합법화는 여성을 위한 배려가 아니다. 국가와 사회는 낙태 합법화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임신한 여성과 태아 모두를 낙태에서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오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사회적 파장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생명윤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에 헌법재판소에서도 깊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이 우선이 되어야하는가? 낙태죄 폐지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된 이유다.
 
낙태죄를 반대하는 이들은 낙태죄가 국가가 여성을 통제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집회 선언문에서 "국가의 필요에 따라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징벌하며 건강과 삶을 위협해온 역사를 종결하겠다. 임신 중지를 전면 비범죄화하고 안전한 임신 중지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행 형법에서는 낙태한 임부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지며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은 2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게 되어 있다. 
 
또 보건복지부 소관 모자보건법은 '낙태는 불법'이라는 전제로 임신 24주 이내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또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의 경우 등을 예외로 하고 있다. 이 규칙을 위반한 의료인은 1개월의 자격정지를 받는다.   
 
낙태죄 폐지론자들은 현행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물론 건강권, 양성 평등권까지 국가가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태아가 자라날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명권을 주장한다는 어불성설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고경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말할 때 단지 도덕적 해이 때문에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몸의 변화는 물론 출산 이후 양육, 육아 단계에서 여성이 감당해야 할 어려움이 상당히 크다. 이런 여성들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고 여성이 내리는 신중한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낙태죄 찬성론자들은 '가장 작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인 태아들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으며 현 모자보건법에서도 낙태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아니기에 낙태죄를 폐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임천영 변호사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자기결정권도 중요하지만,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정말 공동의 선이다. 낙태가 합법화된다면 남성이 여성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낙태를 시도하게 되는데 현행법으로는 낙태교사도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낙태죄는 여성의 출산권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낙태죄를 위헌으로 판결하고 없애기보다는 현행 모자보건법 규정을 수정하거나 개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찬성자와 반대자 모두 '태아의 생명 보호'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생명이 보호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성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과 어떠한 상황이 와도 태아의 생명을 없애는 것은 살인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생명이냐? 결정권이냐?'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최근 20대 여대생이 기차 화장실에 태아를 유기해 살해한 후 자수한 소식 등 영아 유기 사건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것도 낙태죄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낳고 키울 수 없는 환경에서 아이를 낳는다해도  결국 태아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낙태죄 찬반을 가르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낙태죄의 찬반을 넘어 책임 있는 성교육, 미혼모 배려 확대, 양육의 책임을 질 수 있는 법적 사회적 장치 등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성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준다면 자연스럽게 낙태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결정권'과 '생명 존중'의 갈등. '무엇이 진실로 태아를 살리는 방법인가'라는 문제. 여성만이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현실. 낙태법 문제는 단순히 '이것 아니면 저것'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존엄성'을 어떤 식으로 지켜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어떤 결말이 나와도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낙태법 논란.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리고 그 결정에 따라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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