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한국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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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한국은 없나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8.0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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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노동자 폭행이 보여준 국내 외국인 노동 실태...법 바깥의 ‘벌거벗은 생명들’
1일 유투브 등 SNS상에서 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인 농장주로부터 폭언,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퍼졌다. 네티즌의 공분을 사는 가운데 국내의 기형적인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해 외국인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 / YTN 유투브 캡처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우즈벡 외국인 노동자 폭행 영상이 퍼지자 외국 네티즌의 분노를 사는 가운데, 기형적인 국내 노동시장에서 인권 침해를 당하는 외국인에 대한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1일 유투브 등 SNS상에서는 전남 지역으로 추정되는 한 밭에서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인 농장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퍼져나갔다. 해당 영상이 언론 보도를 타면서 이 같은 폭행 실태는 중앙아시아권 외국인 네티즌뿐만 아니라 타국 네티즌들로부터도 공분을 사고 있다.

첨단산업과 아이돌 등 한류로 문화강국이라는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한국에서 이 같은 야만적인 폭행과 인종차별 실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네티즌은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해당 노동자가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이를 악용한 폭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우즈베키스탄 고용노동부 한국 주재 사무소는 경찰에 자국 노동자 폭행사건과 관련 고발장을 제출했다. 또 우즈벡 대사관과 협의해 영상 속 폭행을 당한 노동자를 수색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인권침해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보다 오히려 외국인 불법 체류 노동자가 국내 일자리를 뺏는 것이라며 단속 및 불법체류자 추방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국내 여론은 전반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대우 문제가 기형적인 노동시장 구조로 발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외국인 불법 체류 노동자가 신분을 이유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단속을 피해 음지에서 일하는 실태는 지난달 22일 강원 삼척 전복사고에서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농촌의 고령화 문제에 일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는 국민적 공감이 여실하나, 이를 충당코자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노동자 중 불법체류자가 많은 문제에 대해서는 공정한 법적 보호와 엄격한 출입국 심사 및 구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실상이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장·단기 체류하는 외국인의 숫자는 236만7607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26만4004명이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조사돼 통계에 잡히지 않은 불법체류자까지 산정하면 전체 불법체류자의 숫자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내국인 구인 신청을 하고도 인력을 채용하지 못할 시 직업안정기관장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계절적 수요가 있는 농업 특성상 단기취업비자(C-4)를 통한 계절근로자 제도가 고용 현장에서는 고질적인 인력난 때문에 불법 노동을 계속 함에도 묵인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실태는 필연적으로 불법 체류 범죄를 성장시킨다. 관광객 증가를 위해 무사증 제도가 도입된 제주도의 경우, 관광객 유입 증가와 함께 불법 체류 노동자도 증가하는 양상이다. 불법체류자 1인당 한화 300만원 가량을 브로커에 지불하면 제주로의 입국이 이뤄진다. 또 제주를 본토로 상륙하려는 경유지로 활용하려 할 시 1인당 최대 600만원 가량의 알선료가 오고 간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은 건설 현장과 농업, 양식업 등 1차 산업 및 공장 등 단순 노동에 몰려있다. 나머지는 요식업 및 유흥업 등에 종사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경기 호황이 지나자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건설 및 농업 등 산업 전반은 일자리 난과 내국인의 3D 기피현상이 맞물려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로 인력을 충당하고 있다. 

이러한 기형적인 산업 인력 구조가 모른 체 하며 불법체류자 유입을 늘림에도 일각에서는 내국인·외국인간 일자리 갈등 구도라며 근본적인 책임이 오히려 외국인 혐오를 동반해 불법체류자에게 돌려지고 있다. 동시에 불법이란 신분을 악용한 인권 침해도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것이다. 

노동 수급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오는 것은 한 때 국내에 분 워킹 홀리데이 바람으로 빗댈 수 있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의 여파가 한국에도 미치자 상당수의 한국인 청년들은 당시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통해 외국인 인력 수급을 충당하던 호주로 건너갔다. 호주의 농촌과 공장에서 땀 흘리던 한국인 청년들의 군상은 국내에서는 우즈벡 청년으로 옮겨졌다.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저서 ‘호모사케르’를 통해 가치의 바깥에 서있어 사회적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폭력에 무방비로 당하는 이들을 ‘조에(Zoe)’라 불렀다. 또한 이들을 ‘벌거벗은 생명들’이라 빗댔다. 폭행당한 우즈벡 청년 노동자처럼 불법체류라는 신분으로 인권의 바깥에 있는 외국인들은 정작 국가가 방임한 기형적인 노동 구조에서 폭력의 그늘에 묶여있거나 때론 사회 혼란의 근본으로 매도당하기 쉬운 처지에 놓여 있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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