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같은 수도권 광역버스, 좌석 개선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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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같은 수도권 광역버스, 좌석 개선은 언제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11.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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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교통 안전의 일환으로 입석 금지가 추진되면서 49인승 버스가 도입됐다. 하지만 실상은 좌석 크기와 간격이 비좁아진데다, 공공연히 입석 운행도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의 좌석 간격이 비좁아 승객들의 불만이 크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저조한 것으로 보여 주의가 필요하해 보인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A씨(28)의 출퇴근길은 매일이 고역이다. 일터인 강남으로 가려면 집 앞을 지나는 45인승 광역버스가 그나마 빠르고 유일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9월 말 2800원으로 인상된 버스비만큼 고역인 것은 버스 좌석과 비좁은 좌석 간 간격이다. 

A씨가 타는 광역버스는 왕복 4시간을 오간다. 이 시간동안 한 좌석에 앉아있어야 하는 A씨에게 엉덩이와 허벅지가 앉는 자리는 한참 작다. 무릎과 앞 좌석 간 간격도 좁아 그 사이에 가방을 놓을 수도, 내 맘대로 좌석 등받이를 뒤로 눕힐 수도 없다. A씨는 이를 두고 “닭장이 따로 없다”고 하소연한다. 

A씨처럼 불편함을 갖는 승객 수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주택난 때문에 경기도로 전입하는 인구는 매년 약 13만5000명, 경기도 인구는 5년 만에 94만명이 증가했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9월 914억원을 들여 553대 증차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승객들의 체감 상 불편함은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현행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승객좌석의 규격은 대형 승합자동차인 버스의 경우 좌석이 가로·세로 각각 40c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좌석 등받이 뒷면과 뒷자석 등받이 앞면 간 거리는 65cm 이상으로 두고 있다.

한국인 평균 신체가 과거보다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좌석 규정은 체감보다 작게 느껴지는 것이 필연적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거주 남성 중 20대~40대의 평균 키는 2012년 172.8cm에서 2017년 173.3cm으로 0.5cm가량 커졌다. 키 180cm 전후의 승객들을 고려한다면 좌석 크기에 대한 불만은 예상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닭장같이 좁은 버스로 지목되는 주요 버스는 45인승과 49인승 버스다. 하지만 승객들의 불편 호소에도 버스업체들은 증차보다는 버스 내부를 개조해 좌석을 추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존 39인승 버스의 후문(하차문)을 폐쇄해 남은 공간을 45인승으로 개조한 버스도 심심찮게 목격되는 것이 그러하다. 

좁은 버스는 승객 불편뿐만 아니라 사고 시 승객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그나마 세월호 참사 후 2014년 7월부터 고속도로 입석 운행을 금지시켜 49인승 버스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좁은 좌석에 대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수도권과 서울의 출퇴근 시간대 광역버스에는 좌석 만원으로 입석 승객이 차내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실태에도 마땅한 대안은 현재까지 검토되지 않는 모습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좌석 수가 아닌 좌석 크기 개선에 대한 문제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관련 계획이나 검토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기도의 광역버스 요금은 전국 지자체에서 가장 높다. 수도권 버스 이용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대중교통 안전에도 포함되는 버스의 좌석 크기는 여전히 좌석 숫자보다 고려사항에서 밀리는 실상이다.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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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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