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종 변호사의 법률칼럼] 임신 중 업무에 의한 태아 건강손상을 산재로 보아 근로자의 요양급여 청구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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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종 변호사의 법률칼럼] 임신 중 업무에 의한 태아 건강손상을 산재로 보아 근로자의 요양급여 청구가 가능할까요?
  • 이호종 변호사
  • 승인 2020.05.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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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해승 이호종 대표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해승
법무법인 해승 이호종 대표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해승

Q : 甲은 간호사로서 乙의료원에서 근무하던 중 임신을 하여 여아 丙을 출산하였으나,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채 태어났습니다. 乙의료원에서는 甲을 포함한 다수의 간호사들이 출산하였지만 일부의 산모들만 정상아를 출산했을 뿐, 대다수는 유산하거나 출산 이후 丙의 경우처럼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채 태어났습니다. 간호사들은 임신 중 불규칙하고 과중한 업무와 함께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약품을 직‧간접적으로 취급해 왔으며, 역학조사 결과 업무와의 연관성이 인정되어 甲을 비롯한 간호사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했습니다. 이에 공단은 유산한 간호사들에 대해서는 산재를 인정한 반면 선천성 심장질환아동을 출산한 간호사들의 경우에는 본인의 질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처분을 하였습니다. 선천성 심장질환아동을 출산한 간호사들은“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치명적인 유해약물에 노출돼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유발됐다”며 위 공단의 거부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임신 중 업무에 의해 태아의 건강손상이 발생한 경우에도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A :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산재보험법’이라 합니다)제5조 제1호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질병‧장해‧사망만을 의미하므로, 근로자인 산모가 유산한 경우에는 업무 연관성이 있다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만, 근로자들이 출생한 자녀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근로자들의 요양급여 신청을 거부해 왔으며, 이후 행정소송에서도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출산아의 질병일 뿐 근로자 본인의 질병이 아니므로 근로자들의 업무상 재해로 포섭할 수 없고, 출산아와는 별도의 인격체인 근로자들을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관련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 주는 판결을 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대법원은 위의 사례와 같이 임신 중 업무에 의한 태아 건강손상에 대하여도 업무상재해에 해당된다고 보아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최초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여성 근로자의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 또는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이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의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는지 여부, 여성 근로자가 출산으로 인하여 태아가 모체에서 분리됨으로써 요양급여 수급권을 상실하는지 여부 및 여성 근로자가 본인과는 별개의 인격체인 출산아 명의로 산재보험법상 급여 청구가 가능한지가 최대의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쟁점에 대해 “근로자의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이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의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산재보험법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본성상 단일체로 취급되므로,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해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해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성립하게 됐다면, 이후 출산으로 모체와 단일체를 이루던 태아가 분리됐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면서 근로자인 산모의 청구를 인정해 주었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태아의 건강손상이라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이상 출산 이후에 요양급여 청구서를 여성 근로자 또는 출산아 명의 중 누구의 명의로 청구해야하는지는 제도 운용의 문제에 국한된 것으로서 그 명의자인 출산아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요양급여 제공을 거부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산재보험법과 요양급여제도의 취지와 내용, 우리 헌법이 정한 여성의 근로에 대한 특별한 보호(제32조 제4항)와 국가의 모성 보호 의무(제36조 제2항)를 규정한 취지 등을 열거하면서,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와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하고 이는 국가의 책무에 해당하며, 임신 중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였다면 보험급여 수급과 관련한 기초적 법률관계가 성립한 이상 출산으로 인한 모체와 태아의 인격적 분리만으로는 요양급여 수급권이 소멸되지 않는다고 봄으로써, 산재보험법과 요양급여제도 입법 취지 및 내용에 부합하는 판단을 한 것으로 상당히 의미있는 판결입니다.

이는 업무상 재해의 개념을 폭넓게 해석함으로써 사회보장적, 사회보호적 의미로서의 산재보험제도의 입법적 기능을 고려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기여하는 판결로, 甲은 임신 중 업무에 의한 태아 건강손상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 받을 수 있습니다. SW

law@haese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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