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밝지만 어두웠던' 동대문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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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밝지만 어두웠던' 동대문의 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5.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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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찾는 손님 많지 않아 "긴급생활지원금 효과 미비"
쇼핑몰 고객 줄자 "찾으시는 것 있으세요?" 호객행위까지
"관광객 없으니 사람이 없고 사람이 없으니 장사가 안 된다"
동대문을 대표했던 평화시장. 사진=임동현 기자
동대문을 대표했던 평화시장. 사진=임동현 기자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동대문의 밤은 오늘도 화려하다. 평화시장, 신평화패션타운으로 대표되는 시장들과 밀레오레, 두산타워 등으로 대표되는 쇼핑몰, 그리고 랜드마크를 꿈꾸는 DDP가 동대문의 밤을 비추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동대문은 빛으로 치장을 했지만 속은 어두움으로 가득해 있었다. 시장은 너무나 조용했고 쇼핑몰 역시 이전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밝지만 어두운 밤'. 그것이 2020년 동대문의 모습이었다.

일본인들 주문받던 공간 '텅텅', 적막감까지 들어

신평화패션타운, 쇼핑몰의 불빛이 동대문을 치장하고 있지만 속은 어두움으로 가득해 있었다. 사진=임동현 기자
신평화패션타운, 쇼핑몰의 불빛이 동대문을 치장하고 있지만 속은 어두움으로 가득해 있었다. 사진=임동현 기자
일본인들의 주문을 받아 운영하는 가게들이 비어있다. 사진=임동현 기자
일본인들의 주문을 받아 운영하는 가게들이 비어있다. 사진=임동현 기자

27일 저녁 9시 신평화패션타운. 영업을 시작한 지 1시간 정도 지난 시간이지만 쇼핑을 하는 사람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4층으로 올라가니 빈 공간들이 많았다. '임대'라고 적힌 공간도 있었고 주인 없이 불만 밝힌 가게, 아예 주인도 없고 불이 꺼져 있는 곳도 있었다. 군데군데 문을 연 곳이 있었지만 역시 조용했다. 

"4층에는 원래 일본 분들이 많이 오는 곳이에요. 여기서 주문을 받고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주는 곳이죠. 거기는 주로 낮에 운영을 많이 해요. 그런데 요즘 관광객이 올 수나 있나요? 일본인들 발길이 끊어지니 여기도 빈 곳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죠". 4층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이 전한 말이다.

"경제가 안 좋다고 한창 말이 나왔을 때는 가장 적은 매출이 100만원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한창 터졌을 때는 매출이 10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다고요. 그러다 지금은 50만원 정도까지 올랐어요. 물론 긴급생활지원금이 도움이 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매출이 그 이상으로 오르지가 않아요. 지금 또 이태원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어쩌고 하는데 이 영향도 분명 있을 거에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지원금이 나온다고 해도 말이죠".

최근 리뉴얼 오픈을 한 제일평화시장. 젊은 상인들이 각종 색깔의 티셔츠를 파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호황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옷을 고르고 구매하는 사람들이 보였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직접 만든 여성복을 판매하는 한 상인의 말이다. "긴급생활지원금이 나왔다고 해서 매출이 갑자기 오르거나 시장에 사람이 많아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요. 요일에 따라, 혹은 시간에 따라 손님이 많고 적고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근데 원래는 이 시간이 바쁜 시간인데 손님이 오지 않네요. 물론 수요일이 사람이 적은 요일이긴 하지만..."

"이 상황에 일찍 가게 문열고 싶겠어요?"

문을 연 시간이 지났는데도 시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했다. 사진=임동현 기자
문을 연 시간이 지났는데도 시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했다. 사진=임동현 기자

밤 10시, 동대문 시장의 대표격인 '평화시장'이 문을 여는 시간이다. 오픈 뒤 30분이 지난 10시 30분에 찾은 평화시장. 그러나 절반 정도의 가게가 그 시간에도 문을 열지 않고 있었고 문을 연 곳도 스마트폰을 보거나 TV를 보는 주인들이 많았다.

"11시가 되어가는데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네요" 시장 1층에서 잡화점을 하는 상인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자 바로 "지금 이 상황에 일찍 가게 문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라는 답이 나왔다.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 시장 사람들 늦은 시간에 이렇게 일해도 요즘 장사 안된다고 힘들어해요. 긴급생활지원금 나왔다고 하는데 그 몇십만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죠. 저쪽에 쇼핑몰도 관광객이 없으니까 조용하잖아요. 요즘은 월급쟁이가 제일 나은 것 같아요. 자영업자들 정말 힘들어요. 나라가 이런데 다 망하게 생겼지".

"사장님,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씁쓸한 쇼핑몰의 호객행위

한때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쇼핑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진=임동현 기자
한때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쇼핑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진=임동현 기자

밤 11시, 동대문의 한 대형 쇼핑몰. 쇼핑몰 안은 물론 쇼핑몰 주변 길가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어묵, 소세지, 닭꼬치 등을 파는 노점들이 지나가는 이들을 유혹하는 시간이지만 이 곳 역시도 지금은 조용했다. 한창 때는 저녁 시간이면 야외 무대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됐지만 저녁 시간에도, 그리고 심야 시간에도 무대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남성복 매장 층으로 들어서자 대뜸 한 점원이 "뭐 찾으시는 것 있으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아, 그냥 둘러보고 있는데요"라고 답하자 "찾으시는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옷 볼 줄 아는 형님 소개시켜드릴께요"라면서 '형님'을 부른다. "사러 온 게 아닌데.. 그냥 좋은 거 있나 보러온 건데요" "괜찮아요, 셔츠 혹시 필요하시지 않으세요?" "그럼.. 한 번 볼까요?"

'형님' 점원이 여러가지 셔츠를 보여주더니 한 벌을 꺼내 입어보라고 한다. 마지못해 입었더니 '잘 어울린다'는 칭찬이 나왔다. 그러더니 대뜸 "현금인가요? 카드인가요?"라는 말이 나왔다. 분명 '보기만 해도 괜찮다'고 했는데 말이다. "오늘은 그냥 예쁜 거 있나 보려고 온 거에요. 그래서 차비밖에 안 가지고 나왔죠".라고 하자 점원은 "알겠습니다. 그래도 참 멋있는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약간 실망스런 표정이 보였다.

"다른 곳도 좀 둘러보고 필요하면 여기서 다시 살께요". "어차피 여기는 다 가격도 똑같고 종류도 거의 비슷해요". 그러면서 가게 명함을 기자에게 주었다. "지원금 혹시 받으셨나요?" "아뇨, 아직이요" "지원금 받으시면 여기로 오세요. 많이많이 받고 오세요".

하지만 기자는 아래층으로 내려가기까지 두 차례나 "뭐 찾으시는 것 있으세요?", "사장님, 혹시 찾으시는 것 있나요?"라는 말을 들어야했다. 매장들이 이처럼 '호객행위'로 손님들에게 물건을 구입하도록 유도해야 할 정도로 절박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관광객이 없으니 사람이 없지. 사람이 없으니까 장사가 안 되는 거고. 지금 봐요. 다른 노점들 다 이 시간에 문닫았잖아. 장사를 늦게까지 안 해" 쇼핑몰 앞에서 노점을 하는 아주머니도 동대문의 변화를 씁쓸하게 전했다.

동대문의 '밝지만 어두운 밤'. 흥인지문이 이 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임동현 기자
동대문의 '밝지만 어두운 밤'. 흥인지문이 이 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임동현 기자

문을 열지 않는 가게들, 쇼핑몰의 호객행위, 뜸해진 발길... 동대문의 화려한 네온 뒤에는 현실의 고단함이 숨겨져 있었다. 긴급생활지원금으로 잠시나마 한숨을 달래긴 했지만 결국 '언 발에 오줌누기'로 그치고 있다는 상인들의 이야기와 호객행위를 해야할 정도로 물건을 팔아야하는 쇼핑몰 직원들의 몸부림이 동대문의 '밝지만 어두운 밤'을 만들고 있었다.

그 밤이 언제 끝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뚝 서 있는 흥인지문(동대문)이 이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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