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구찌’의 장애인 모델과 우리 기업들의 장애인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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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구찌’의 장애인 모델과 우리 기업들의 장애인 광고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07.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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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모델 전문업체 지베디 기획사(Zebedee Management) 페이스북에 게시된 모델들의 사진 / @Zebedee Management
장애인모델 전문업체 지베디 기획사(Zebedee Management) 페이스북에 게시된 모델들의 사진=@Zebedee Management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붉은 색상의 셔츠를 입은 소녀가 검정색 바지에 손을 찌르고 고개를 돌려 정면을 응시한다. 쌍꺼풀의 눈, 둥근 얼굴에 검고 긴 머리, 순수함과 도도함이 장미향으로 풍긴다. 하지만 외모는 여느 모델들과 다르다. 다운증후군(Down syndrome)이 있는 소녀이기 때문이다.

올해 18세인 그의 이름은 엘리 골드 스테인(Ellie Goldstein). 가방이나 구두 등 패션제품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구찌(Gucci)의 모델이다. 놀라운 것은 그의 모델 활동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장애인 모델 전문 업체인 지베디 기획사(Zebedee Management)에 의하여 구찌의 모델이 된 것이다.

유명 브랜드의 모델로 장애인이 활동하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장애인 모델을 양성하고 파견하는 전문 업체가 있다는 것도 말이다. 놀라움을 넘어 우리를 반성하게 한다.

지베디는 사회소수자 전문 모델 기획사다. 2017년에 설립된 영국의 사회적기업이며, 장애인만이 아니라 트랜스젠더 등 모델을 양성하고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 등 300여명의 모델들이 이 회사와 연결되어 있다.

유럽이나 미국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소수자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지베디는 이러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 모델 기획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장애인 등 소수자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하여 기업들과의 모델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 기획사 지베디나 광고를 하는 기업들이 가지는 장애인에 대한 관점이다. 광고에 장애인을 등장시킬 때 장애 상태를 숨기거나 장애를 완화하지 않으려 한다. 가능하면 장애인 등 그들이 가진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려 하고 있다.

장애인모델 전문업체 지베디 기획사(Zebedee Management) 페이스북에 게시된 모델들의 사진 / @Zebedee Management
장애인모델 전문업체 지베디 기획사(Zebedee Management) 페이스북에 게시된 모델들의 사진=@Zebedee Management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도 장애인을 소재로 한 광고들이 많아졌다. 기업의 홍보나 제품의 판매를 위하여 장애인을 모델로 내세우는 경우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꺼린다. 빗겨간다. 겉으로는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처럼 하면서 말이다.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광고할 때도 장애 상태를 완화시키거나 장애를 감추는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더해 장애인 관련 광고에 ‘연민소구(憐憫訴求)’의 전략도 사용한다. 연민소구는 ‘appeal’을 일본에서 ‘訴求’로 번역하면서 굳어진 전문용어다. 즉, 연민소구는 연민의 감정을 통하여 물품 구매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불쌍하게 보이도록 하는 전략’이다.

장애를 숨기면서 연민소구를 쓴 대표적인 기업 광고가 있다. 몇 달 전의 광고로, 듣지 못하는 한 청각장애인을 두고 가족들이 안타까워한다. 불쌍하다고 눈물짓기도 한다. 청각장애인이 목소리를 갖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가족들의 목소리를 녹음하여 해당 청각장애인의 스타일에 근접한 목소리를 구성해 낸다는 광고다.

이 광고는 장애인 광고이면서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을 배제하고(숨기고) 있다. 비장애인의 생각과 가치를 중심에 놓고 있다. 결국 이 광고는 장애를 숨긴 것은 물론 연민소구 전략을 사용하여 대중에게 큰 찬사를 받았다. 기업이 가지는 장애인 광고의 지향점이나 대중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가감 없이 드러난 광고다.

이 광고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많은 기업들의 광고에 그런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 없다. 기업이 광고에서 장애의 상태나 환경을 직접 드러내면 대중은 불편해한다. 그러면 대중들이 기업을 안 좋게 보고, 상품은 팔리지 않는다. 기업이 손해를 본다. 그래서 기업들이 모험을 하면서 대중의 생각을 거스르려 하지는 않는다.

과거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국제적으로 더 이상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장애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며, 공적의 문제로 본다. 그리고 장애의 상태를 순화하는 등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보려한다. 더 나아가 장애를 개인이나 집단이 갖는 특성(개성)으로 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구찌의 장애인 모델이나 지배디의 관점이 이러한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장애를 감추거나 연민을 불러일으켜 기업의 이윤을 얻으려는 광고는 지양해야 한다. 기업들이 장애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려는 과감한 광고의 시도도 필요하다. 당장은 손해가 날지 모른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있어 긴 안목에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편승하는 광고는 당장은 편하다. 고객의 유치도 쉽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기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매겨질 수 있다. 그래서 기업들의 모험적인 광고도 미래를 위한 투자의 일부일 수 있다.

더 나아가 기업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기획하는 광고, 진정한 의미에서 기업의 사회공헌일 수 있다. 또한 장애인 모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쪽으로 투자를 하는 것도 기업의 적극적인 형태의 사회 환원이라 할 수 있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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